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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다섯손가락의 '새벽기차'

입력 2019-02-25 11:06   수정 2019-02-25 11:07

기차
연합뉴스 제공
우리 동네 시장골목에는 과일 가게가 있다. 늙수그레한 할아버지가 하는 건데 뭐 거의 장사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하는 곳이다. 사과, 바나나, 배 몇 개 바구니에 담아서 나무 상자 위에 올려 놓고 판다. 사는 사람도 없고 할아버지도 의욕을 갖고 팔려고 하지도 않고, 하여간 과일가게라고 하기엔 보는 사람도 민망할 따름이다.

퇴근할 때 보면 과일 몇 바구니만 밖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할아버지는 유리문 안 의자에 푹 들어앉아 티비를 본다. 아마 하루종일 티비만 보는 모양이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밖에 라디오 스피커를 놓고 늘 에프엠을 틀어놓는다. 6시 넘어 퇴근하면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크게 들린다. 아, 옛 시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 짜라라짠 짜라라 짜라라짠 짜라라~. 이 시그널 음악이 들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저음의 매력적인 배철수의 멘트가 나오고.... 당시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할아버지도 아마 배철수의 음악캠프 팬인 모양이다. 허름한 옷차림에 덥수룩한 수염이 평범한 시골 할아버지지만 젊을 적 할아버지도 청춘의 한 시절을 보냈으리라. 그런데 어느날 다섯손가락의 '새벽기차'가 들렸다. '해지고 어둔 거리를 나홀로 걸어가면은 눈물처럼 젖어드는 슬픈 이별이~… 희미한 어둠을 뚫고 떠나는 새벽기차는 허물어진 내 마음을 함께 실었네~.' 이른 새벽 안개 낀 플랫폼에서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옷깃을 세우는 여행자의 설렘과 불안.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사는 사람은 안다. 떠나는 행복과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숙명을. 새벽기차는 그렇게 떠나는 자의 안식처가 돼 준다.

노래를 듣기 위해 과일가게 앞에서 서성였다. 내 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나 움직여 근질거렸다. 가수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밥벌이에 지친 나의 하루를 위로하고 보듬어줬다. 하루하루 메말라 가는 죽정이같은 인생에 촉촉이 내리는 봄비같은 노래였다. '낯설은 거리에 내려 또다시 외로워지는 알 수 없는 내마음이여~.' 여행은 또 시작된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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