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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폭력 없는 봄날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9-03-08 00:00
우수 경칩 다 지났다. 절기는 거짓말을 못하나보다. 요즘 날씨가 부쩍 푹해졌고 햇살도 밝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화사해지는 걸 느낀다. 날씨와 의상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밝고 화사해지는 것 같다.

나는 요즘 예쁜 봄 날씨와 전혀 관계없는 것 같으면서도 관계가 아주 깊은 가정폭력 100시간 교육을 받고 있다. 가폭 공부를 하면서 나또한 가정폭력 가해자였다는 것을 알았다. 밥 먹기 전에 억지로 기도를 하라고 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한다. 나는 억지 기도는 시키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아침에 가끔 괴롭힌다. 아이가 자는 방에 음악을 크게 틀거나 밥하다 차가운 손을 몸에 댄다고 협박(?)을 한다. 나는 진짜 차가운 손을 아이의 몸에 댈 것도 아니면서 말만 하는데 아이들은 잠결에 공포에 떨게 된다. 폭력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될까? 차츰 무뎌진다. 엄마가 깨우러 방에 들어와도 안 그럴 것을 알고 무뎌지는 경우와 허구한 날 매를 맞으며 무뎌지는 경우와는 차이가 난다.

매번 때리는 남편이나 아빠가 화를 내며 아내나 아이를 때리려고 손을 번쩍 들었다면 얼마나 겁이 날까?



내 아이들이 나를 신고를 하면 판사로부터 사회봉사 명령이 떨어진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요즘은 부모를 신고하는 자식들이 많다. 경찰도 바로 출동을 한다. 가정폭력, 성폭력 긴급신고는 112로 하고, 여성긴급전화는 1366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꽃으로 맞는 부인이 있었다.

꽃을 좋아해서 꽃집까지 경영을 하고 있는데, 의처증과 편집증이 있는 남편이 남자 손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시비를 걸고, 술을 마시면 꽃집의 화분들을 집어던지고 장미꽃이든 줄기가 있는 꽃들을 집어 아내를 때리곤 했다. 던지는 화분에도 다치고 꽃 가시에도 상처를 입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꽃집은 접었지만 지금도 남편과 같이 살고 있는 상황.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이혼을 할 수 없고 이혼 후 경제적인 면도 걱정이라는 아내. 참 딱한 일이다.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상담 받으러 온 부인들이 매를 맞는다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이 말을 꺼내기까지는 실제로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저 남편한테 맞고 있어요. 어제도 맞았습니다.' 이런 말은 수치심과 무기력 때문에 평생 꺼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가정폭력은 예쁜 봄 날씨와 전혀 관계없는 것 같으면서도 관계가 아주 깊다는 말 이해되는지. 가정 폭력이 없으면 언제나 봄이고, 가정폭력이 있으면 봄날처럼 살 수 없다는 말이다.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아야한다? 몇 대 때려도 될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맞을 짓이란 없기 때문이다. 폭력 없는 봄날로 살아가길 바란다.

김종진 심리상담가

김종진원장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가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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