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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대전도 개방된 클래식 음악축제가 필요하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9-03-26 13:40

신문게재 2019-03-27 22면

오지희 음악평론가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2019년이 대전방문의 해라고 들썩들썩하지만 아직 실감할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펼쳐질 크고 작은 이벤트가 눈에 띄지만 역시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해왔던 문화 콘텐츠를 이 기회에 널리 알리고 확대시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전방문의 해를 기점으로 대전을 빛낼 문화 콘텐츠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도 역발상으로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대전을 알릴 무형의 자산은 바로 클래식음악이다. 대전은 결코 예술적 역량과 잠재력이 척박하지 않다. 예술가와 관객 규모는 당연히 서울을 따라갈 수 없지만, 자체제작으로 축제와 오페라, 무용극과 음악극 등 종합예술을 생산해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도시가 바로 대전이다. 뛰어난 클래식음악 연주자들과 대전시립합창단,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축적된 노하우, 대전예술의전당의 기획력, 민간오케스트라와 군소 클래식연주자들은 대전을 대한민국의 클래식메카로 만들 각각의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조각을 하나로 버무려 지역과 세계의 관심을 갖는 클래식음악축제로 만들 리더십과 조직력이 발휘되지 못했을 뿐이다.



혹자는 이미 대전에 여러 음악축제가 있는데 무슨 클래식음악축제가 또 있어야 하는지 의아할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대전을 대표하는 공연장,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윈터페스티벌은 예술애호가들과 무대에 서고 싶은 순수 아마추어인들의 축제다. 매년 봄에 지역예술인들이 펼치는 스프링 페스티벌도 대전 관련 예술인들에게 다양한 기회와 도전을 요구하며 본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지만 지역에 한정돼있다. 한여름 빛깔있는 여름 축제는 클래식축제가 아닌 야외에서 펼치는 대중음악 성격이 강하다. 한편 대전국제음악제는 대전을 대표하는 클래식축제의 이름을 갖고 있어도 민간기획사 주도하에 정통클래식축제와는 방향성이 다르다. 대전예당은 장소제공과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대부분의 시민이 대전예당이 기획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크음악축제 역시 대전국제음악제와 같은 민간기획사 축제로 고음악에 한정돼있다. 그렇기에 주최측의 노력과 성취에 관계없이 절차의 공정성이나 기회의 투명성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대전이 중심이 된 클래식축제에 서고자 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공정하게 개방된 진정한 의미의 클래식음악축제는 없다.

올해 125회째를 맞이한 영국의 클래식음악축제 프롬스(The Proms)를 한번 보자. 유유히 산책하며 음악을 듣는 단어 프롬나드 콘서트(Promenade Concerts)에서 유래한 프롬스는 BBC방송 후원하에 영국을 대표하는 클래식축제다. 클래식음악 외 다양한 공연형태가 있지만 본질은 클래식음악에 집중해 관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보인다. 영국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영국이 클래식음악의 본고장임을 천명하고 개성있는 연주자들의 다양한 작품을 듣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영국을 찾는다. 이제 우리도 BBC 프롬스처럼 대전 프롬스(D-Proms)를 통해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야 한다. 지역의 창작오페라와 세계의 오페라가 경쟁하고 평가받는 축제, 현존 작곡가들의 작품을 무대에 소개하고 파격적인 논란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축제, 오케스트라가 경쟁하고 개개 예술가들이 공정한 절차로 무대에 서 다양한 연주색깔을 펼칠 수 있는 축제. 우리도 누구나 쉽게 다가서서 수준 높은 연주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클래식축제가 필요하다.

대전은 이러한 축제를 누리고 수행할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19년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대전 프롬스가 새롭게 정립되고 2020년에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2021년은 대전이 진정한 예술도시로 거듭날 대전 프롬스 원년이 될 것이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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