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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시생 내 친구

입력 2019-03-28 13:45   수정 2019-03-28 15:45
신문게재 2019-03-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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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며칠 전 대학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한동안 깜깜무소식이더니 그래도 생일이라고 연락을 남겨준 친구가 고마웠다. 간결했지만 그 말이 누구보다 진심이라서 더 그랬다.

우린 짧은 안부를 주고받았다. 나는 회사에서의 여전한 하루를 전했고 친구는 독서실에서의 여전한 하루를 전했다. 그 와중에 치질에 걸렸었다는 친구의 말에 놀랐다. 완치됐다는 소식에 웃을 수 있었지만 한동안 고생 좀 했을 친구가 안쓰러웠다. 연락을 주고받기를 몇 분, 우린 담백하게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다음을 기약했다. 모두의 시간이 그렇지만 친구의 시간은 좀 더 소중했으니. 내 친구는 2년 차 공시생이다.

친구와 난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같은 팀, 같은 방 동기로 시작해 20대의 절반을 함께했다. 너무 가까워서 더는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붙어 다녔고 그래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았다. 그렇기에 공무원 준비를 하겠다고 말하던 친구에 난 당황했다. 친구는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처음의 난 친구를 설득했다. 아직 졸업한 것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한 것도 아니니 섣부른 선택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스펙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친구는 3개국어를 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친구는 졸업 후 상반기 취준 전선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좋았다. 토익 900을 목표로 했던 친구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점수를 따냈다. 회사별 취업설명회도 꾸준히 참여했고 커뮤니티를 활용해 정보도 모았다. 학교에선 캠퍼스 리크루팅을 하고 취업지원센터에선 자소서를 첨삭 받았다. 이번엔 어디 취업공고가 떴다며 조잘거릴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희망차 보였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친구는 줄줄이 탈락했다. 면접에서도 서류에서도 참 열심히 떨어졌다. 나중엔 탈락 메일을 봐도,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하면서도 무덤덤해 했다.

현실이 그랬다. 애매한 대학 브랜드와 더 애매한 성적표. 애매한 상담심리 전공과 더 애매한 어문전공. 친구는 '문송합니다'의 표본이었다. 친구가 가진 수많은 장점과 4년의 대학생활, 그리고 그 너머 27년이라는 시간을 '애매하다'로 귀결시키는 현실이 암담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취업을 하기에 모든 것이 애매했던 친구는 결국 공무원 시험으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많은 청년이 내 친구와 비슷한 이유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복잡함을 스치듯 공시생의 계절은 다시 돌아왔고, 곧 지난 1년을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둘로 나뉘는 결과가 아닌 그동안의 노력을 마주하길 바란다. 더불어 어떤 결과든 자신을 탓하지 말고 자책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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