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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두 오프로드 上] 뻥 뚫린 화장실과 절벽 위 고립

입력 2019-04-24 01:00   수정 2019-04-24 01:00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4박 6일간 한국편집기자협회 주관으로 해외 간사세미나를 다녀왔다. 인천공항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회사를 향할 때와 다른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회사를 떠나 일면식 없는 전국 편집기자들과의 동행은 설레기도 무섭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기자의 선입견은 극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청결하지 못한 곳’, ‘향신료 범벅’, ‘시끄러운 사람들’이라는 편견으로 중국행 비행기에 탔다.

 

 아직까지도 찬바람이 불었던 한국과는 달리 중국 청두의 공항은 다소 후덥지근했다. 처음 공항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곳은 까만 하늘이 우릴 맞이했고 공기는 꽤나 쾌쾌했다. 밤 비행으로 지친 동료들은 줄을 지어 우여곡절 끝에 단체비자를 받고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깊어가는 밤을 뒤로 우리는 첫 날을 마무리했다.

 

#1. 편견이 깨졌다?

 

청두 호텔
중국 사천성 한 호텔에서 바라본 청두 시가지의 야경

 

 

 호텔 모닝콜에 몸을 일으켜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아침이 밝은 청두였다. 커튼을 젖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깨끗한’ 청두였다. ‘말도 안 돼’. 창밖으로 확인한 청두 시내를 보고 터진 첫 감탄사였다. 적절하게 내리쬐는 햇볕과 질서 있게 출근하는 사람들. 아파트로 보이는 곳 한편 에 마련된 작은 공원에서는 현지인들이 기체조를 하고 있었다. 벚꽃 대신 미세먼지를 보고 오겠다고 했던 우스갯 소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깔끔했던 호텔 조식과 분위기. 동료를 역시 중국이 아닌 것 같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황룡’에 가기 위해 버스에 탔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네모반듯하게 줄지어있는 주택들과 잘 정돈된 나무들을 보며 중국을 느꼈다. 중국에서 타국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들은 엄격한 시속제한을 적용한다. 40km/h 제한인 곳에서는 절대로 그 속도를 유지해야했다. 고속도로를 진입하기 위해선 관광버스 진입 허가를 위한 일종의 검문소를 거쳐 가야했다.

 

 한국에서는 타국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에 시속제한을 한다는 법을 볼 수 없다. 엄격한 국가 통제 아래 이뤄지는 검문소는 질서가 없다는 중국에 대한 또 다른 편견에 대한 반문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편견은 쉽게 깨질리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2. 오프로드, 화장실 그리고 고립(?)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갑자기 속도를 늦추고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본래 향하려던 고속도로가 공사 중인 바람에 일반 도로를 타야했던 것. 지난 2008년 중국 사천성에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도로 곳곳을 아직까지도 정비 중이었고 황룡으로 향하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움푹 페인 도로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동료들은 신음을 내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버스 창밖으로 호수가 보이고 터널을 빠져나오자 처참한 모습들이 발견됐다.

 

 

황룡가는길
중국 황룡으로 가기 위해 통과하는 '문천시'. 석회암으로 인해 강물이 회색빛 초록을 띄고 있다.

 

 대지진으로 인해 도로 곳곳에 큰 낙석이 발견됐고 산은 할퀸 듯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떨어진 낙석들은 강변까지 내려와 그때의 참상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함께 동행한 조선족 가이드는 지진으로 인해 아직 복구가 진행 중이며 구채구 쪽은 접근이 불가해 5월에 다시 개장하기 위해 만전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지진의 상흔은 아직까지도 곳곳에 남아있었다.

 

 한참을 달려 첫 번째 화장실에 들렀다. 중국의 첫 문화체험이 될 거라며 버스를 세운 가이드. 중국 돈으로 1위안(한화 약 180원)을 내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식당이나 유명한 관광지를 제외하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모든 화장실은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첫 발을 내딛은 중국 화장실은 코를 찌르게 하는 악취와 심하게 오픈된 공간 그리고 한 구석에 쓰고 버려진 화장지와 여성용품들이었다. 문화체험이라고 하면 문화체험이었다. 모든 중국 화장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길가에 마련된 작은 화장실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물도 내려오지 않고 맨 바닥에 볼일을 봐야하는 곳. 현지인들은 크게 상관없는 듯 태연하게 일을 보고 나오기도 했다. 같은 동료들 역시 충격이었을까. 급하게 코를 막고 버스로 돌아왔다. 다신 체험하고 싶지 않은 문화체험이었다.

 

 

절벽강
황룡으로 가는길에 마주한 '접계해자'는 80년 전에 지진으로 인해 형성된 호수라고 한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다시 몇 시간을 달렸을까. 가이드가 마이크를 들고 ‘아이고~’ 라고 탄식을 뱉었다. 이내 버스 시동이 꺼지고 기사가 내렸다.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하고 있는 터에 가이드가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황룡으로 향하는 길에 사고가 나면 그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도로에 서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느긋한 성격을 보여주는 예라며 길게는 28시간을 도로 위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설마 우리도 28시간을 절벽 위 좁은 도로 위에서 보내는 거 아니냐며 동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20분이 지났을까. 벌써 5시간 걸려 달려온 장거리 이동으로 지친 동료들은 하나 둘씩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담배를 태우고,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전화하는 등 시간을 보냈다.

 

 너무나 태연하게 차에서 내리는 현지사람들. 급할 거 없다는 듯 주변 경관을 보고 사진도 찍고 웃기까지 한다. 아슬아슬한 도로 위 아래로 보이는 호수와 경관은 잠시나마 내가 처한 상황을 잊게 해줬다. 고립 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넋을 놓고 호수를 바라만 봤다. 80여 년 전 지진으로 인해 형성된 호수 ‘접계해자’였다. 에메랄드 빛을 띄며 산골짜기를 중심으로 고인 물들 위로 반짝반짝 거렸다. 40분이 지나서였을까. 버스기사가 다시 올라탔고 시동을 켰다. 지친 동료들은 아직 5시간을 더 가야한다는 사실에 눈 앞이 핑 돌았지만 어쩌랴, 이 역시 다 경험인 것을.

 

-中 편에서 이어집니다

 

박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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