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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두 오프로드 中] 눈으로 덮인 황룡 ‘기필코 다시 온다’

박솔이 기자

박솔이 기자

  • 승인 2019-04-25 01:00

-上편에서 이어집니다

 

#3. 티베트 국경지대와 블랙야크


 장장 8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티베트 국경지대에 접한 마을 송판이었다. 송찬감보와 문성공주와의 만남의 장소로 알려진 송판고성으로 오는 내내 눈에 띈 것은 블랙야크였다. 초원 위에 방목시켜 놓은 야크들은 더없이 편해보였다. 이 마을에서 야크는 한국의 한우와 같은 존재였다. 야크 한 마리당 가격은 한우 2마리 값. 몸값 꽤나 나가는 녀석들이다. 야크는 암컷 1마리 당 수컷 100마리가 짝을 짓기 위해 경쟁한다. 보통 흰색 털을 덮고 있는 녀석들이 암컷이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야크는 검은색 털을 덮고 있다.


 송판고성으로 향하는 길, 발걸음을 잡은 것은 길거리 상인들이었다. 한국말로 양고기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연기가 폴폴 나면서 눈길을 끌었지만 또 하나의 선입견이 선을 그으면서 구경만하자고 나를 타일렀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 마을에 사는 상인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물건을 짚는 순간 구매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몸싸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무서움을 뒤로 하며 송판고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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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국경지대에 접한 마을 '송판' 초입에는 송찬감보와 문성공주의 만남을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져있다.

 

 두 남녀가 사이좋게 서로를 껴안고 마을 저편을 가리키고 있다. 송찬감보와 문성공주다. 티베트에서는 문성공주를 신성시 하고 있다. 티베트 왕자와 결혼한 그는 당나라 당시의 문학과 기술서적, 의약품들을 들이는 여정 중에 이곳 송판을 지나갔다. 송판에서는 그들이 여정을 지낸 이곳에 동상을 세웠다. 여건 상 고성 안을 살피지는 못했으나 이곳은 장족이라는 민족들의 생활 터전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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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감보와 문성공주의 시선으로 바라본 송판마을.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은 공간에서 그들은 어떤 시선으로 송판을 그렸을지 상상해본다.

 

 티베트 국경지대는 중국 청두 중심의 날씨와 달랐다. 해발 3000m~3400m 되는 고지대로 왔기 때문일까. 찬바람이 불었고 밤이 깊어지자 근처의 상가들 역시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지진으로 인해 장사가 되지 않아 해넘이 시간이 되면 장사를 마감하는 듯 했다. 장장 10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숙소. 대이동을 마친 두 번째 날이 지나고 있었다.

 

#4. 황룡, 너무 아쉬운 절경

  

고산병약
황룡은 해발 4천미터가 넘는 고지대이기 때문에 고산병에 걸릴 확률이 40%를 넘는다고 한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황룡으로 가는길 고산병약을 판매하고 있다.
해발 4000m 이상이라는 황룡의 절경을 보기 위해서 꼭 챙겨야 할 것이 있었다. 고산병 예방약이다. 고산병이란 해발 2~3000m 이상 되는 고지대로 올라갔을 때 산소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급성반응이다. 이미 버스를 타고 올라온 곳만 3000m가 넘지만 직접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산병은 방심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사전 처방을 받아야만 받을 수 있다는 고산병 약은 비아그라가 특효라고 한다. 사전 처방을 받지 못한 나는 두통을 없애줄 수 있는 타이레놀을 먹기로 했다.

 

 

황룡을 향해 이동하던 차는 올라가던 중 현지 의료센터에 들렸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산병 약 판매처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하지만 지진으로 인해 장사가 되지 않았던 이들은 액화산소만 취급했고 무려 100위안(한화 약 18천원)이라는 가격에 구입해야했다. 선배가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보험 들어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구매했다.

 

산
해발 4천미터가 넘는 고지대인만큼 계절상 봄인데도 눈이 채 녹지 않았다. 중국인지 겨울왕국인지 모를 추위 역시 해발 4천미터를 올랐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굽이굽이 능선을 넘어 안개를 거치고 맞닥뜨린 황룡 입구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급한대로 우비를 구매하고 케이블카 탑승 장소로 이동했다. 황룡을 보기 위해 직각으로 올라가다시피 하는 케이블카는 덜컹덜컹 안개를 해치고 해발 4000m를 향해 올라갔다. 마침내 해발 4000m에 도착한 동료들은 눈으로 바뀐 비를 맞으며 봄날 겨울 산행을 시작했다. 황룡의 에메랄드빛 물빛을 보기 위해 시작한 산행. 고지대와 맞물린 추운 날씨로 덜덜 떨었던 몸은 1시간이 지나자 우비에 이슬이 찰 정도로 열기가 올라왔다.

 

 두 시간을 올랐을까. 가이드가 위에 보이는 절을 지나면 황룡의 절경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산기슭에는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으로 하얗게 옷을 입고 있었고 점차 눈이 그치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장장 10시간을 달려왔어 너를 보기위해!

 

황룡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황룡. 녹지 않은 눈과 함께해 더 뛰어는 절경을 뽐내고 있었다.

 

 하얀 것은 눈이오, 반짝이는 것은 분명 황룡의 절경이로다. 황룡의 에메랄드빛 물을 본 순간 모든 짜증과 수고스러움이 풀리는 듯 했다. 사진보다는 눈에 담는 걸 좋아하는 기자는 한참을 눈으로 바라봤다. 웅덩이에 고요하게 빛나는 물빛.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마법 같은 자태에 10분을 우와라고만 반복했다.

 

녹지않은 눈
고지대로 인해 녹지 않은 눈과 폭포마저 얼게한 날씨로 3400여개의 에메랄드 물 웅덩이는 차마 눈에 담지 못한 아쉬움으로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하산하는 내내 마주했던 황룡의 나머지 부분은 실망스러웠다분명 3400여개의 에메랄드 빛 물의 향연을 볼 수 있다고 한 가이드의 말과는 달리 아직 채 녹지 않는 산 아래 부분은 소복하게 쌓인 눈만 보일뿐 보석 같은 물빛은 만날 수 없었다. 내려오는 내내 아쉬움에 좀 더 머물고 싶었던 황룡. 다음엔 꼭 모든 에메랄드빛 물결을 눈에 모조리 담을 수 있길 바란다.

 

-下 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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