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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 쌍화점

입력 2019-04-23 11:04   수정 2019-04-23 15:00

만두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

회회(몽고인) 아비 내 손목을 쥐었어요.

이 소문이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 -(1절)



고려가요는 성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게 노래한 시들이 많다. 시어도 아름답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들어와 유교적 이념이 투철한 시대상황에서 고려가요는 단순히 '남녀상열지사'라 하여 천시했다. 유교적 예를 중시하는 조선에서 아름다운 고려가요가 많이 폐기되고 훼절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쌍화점'을 보면 당시 사회상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남녀의 성애를 노골적으로 표현해서 지금으로서도 낯뜨거울 수 있다. 만두집에 만두를 사러 갔는데 회회 아비가 유혹해서 잠을 잤다는 장면. 얼마나 대담하고 직설적인가. 감정에 솔직한 고려시대의 사회가 부럽기만 하다. 유교적 이념이 투철한 조선의 감추고 억누르고 금기시 하는 풍조가 근대, 현대에까지 이르러 성은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자랐다. 드러내선 안되는 은밀한 행위여서 불순한 것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이 시의 후렴구도 재밌다.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사라진 아름다운 고려가요가 새삼 아쉽기만 하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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