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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석의 디지털 세상읽기] 부활이 가능한 세상

이순석 ETRI IDX 아키텍터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19-04-24 14:40

신문게재 2019-04-25 23면

이순석 디지털 세상읽기
부활절 아침에 우주 137억년의 빅히스토리 관점에서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지식들의 인과에 대한 가정을 극단적으로 밀어 붙여보면, 부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되살아남'은 죽기 전의 육신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육신을 움직이게 하던 정신도 이전의 기억과 본성과 이성과 감성과 지성을 그대로 물려받아 다시 사유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우주생명 137억년의 진화 역사만을 놓고 보자면, 오로지 DNA를 통해서만 자신의 특질을 물려줄 수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부활이란 불가능한 것임에 분명하지만, 화학식과 화학식을 구성하는 원자들을 알면 분자를 재구성할 수 있듯이, 육신과 정신을 만드는 시방서들에 대한 기억들인 RNA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서 보관이 가능하다면 종교에서 말하는 부활은 그냥 희망만의 것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방대한 정보량을 저장할 수 있는 물리적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디지털은 육신에서 행해지는 RNA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을 통하여 부활을 시도한다. 데이터 중심 사회가 지향하는 바는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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