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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입력 2019-04-29 09:51   수정 2019-04-29 13:29
신문게재 2019-04-30 22면

임정규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저출산에 대한 지금의 한국사회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 '저출산'을 검색하면 심각한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저출산은 누구의 관점에서 문제일까. 정부 입장에선 생산인구의 감소가 제일 큰 걱정이지만, 실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출산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낳지 않고 자기 한 몸 건사하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라도 저출산 정책에 대해, 이와 관련된 여러 정책에 대해 진지하고도 냉철하게 다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십여 년간 150조를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결국 OECD국가에서 처음으로 0%대 진입했고, 대전의 경우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11.1%로 줄어들었다.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에 대해 대전시와 5개 자치구는 물론 세종, 충남 등 충청권은 상생방안으로 입체적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할 텐데도, 여전히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정책수혜자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성맹적으로 '밑이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모양새이다.



특히 작년 12월 7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 제고 및 포용국가실현'을 위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것에 대해 지자체는 올해 1분기가 지나고 있지만, 어느 지역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12·7 로드맵은 실질적으로 국가 주도 정책을 벗어나 사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성의 삶을 억압하지 않는 게 저출산의 근본대책으로서 선언한 것이며, 구체화한 것이다.

성 평등의 가치는 정형화되어 있거나 과거형에 머물지 않는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며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 최근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가 '대한민국 안녕 지수'를 조사한 결과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가장 안녕하지 않은 집단은 20대 여성청년이었다. 흔히 행복이 개인의 몫이라고 하지만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역시 국민의 일상과 행복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며, 아직 한국사회는 여성 친화적이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에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 쏟아부을 때 자라온 청소년세대가 지금 20대를 맞이하여 한국사회의 성차별적이고, 여성 친화적이지 않은 불안함을 호소하는 맥락이 맞물려있다. 지방정부의 정책추진 특성상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새로운 가치를 담는 정책이 필요하고, 전환기적 정책이 필요하지만, 생색을 내는 정도이고, 충분히 시민들에게 체감되지는 못하는 현실이다. 특히 대전의 출생아 수 11% 감소는 세종시의 영향도 있겠지만, 성 평등 상위지역 이면에는 하위권에 머무는 여성들의 경제활동과 안전지수, 국공립보육시설 이용률 전국 최하위가 큰 이유일 것이다. 20대 여성청년의 입장에서 5개 구 여성친화도시와 교차하고, 30대 육아 세대, 비혼 세대와 교차해서 공유공간, 청년정책, 경제정책 등이 교차해야 하지만, 여성일자리에는 적은 예산으로 기혼여성의 돌봄에 관한 일자리, 중소기업과 취·창업은 남성중심의 기울어진 일자리로 고착, 분리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12·7 로드맵은 저출산 현상 대응에서 성 평등을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 전환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출산장려정책을 포기했고 저출산은 더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고, 극복의 대상은 성차별이며 일자리·주거·돌봄 비용 등 사회문제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이제 정책행위자들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제대로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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