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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타면자건(唾面自乾)은 지혜로운 처세술이다

이홍기/ 좋은감리교회 원로목사, 수필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9-04-30 00:00
타면자건(唾面自乾)이란 남이 나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으로, 참기 힘든 수모를 당했을 때 끝까지 인내함으로써 자신을 보존하라는 처세술을 말한다.

당(唐)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는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성 황제로 15년 동안 천하를 지배하였다. 그 때 신하 가운데 누사덕(樓師德)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성품이 온화하고 인자하여 어떤 무례한 일을 당해도 자세가 흔들리지 않았다. 하루는 그의 동생이 대주자사(代州刺史)로 임명되어 부임하려고 할 때였다. 그가 동생을 불러 말했다.

"우리 형제가 다 같이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남의 시샘과 질시도 클 것이다. 그러한 시샘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처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동생이 대답했다.



"비록 남이 제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화내지 않고 침이 저절로 마르도록 두겠습니다."

동생의 대답을 듣고 난 후 누사덕(樓師德)은 다음과 같이 훈계했다.

"내가 염려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누가 네게 침을 뱉는다면 너에게 뭔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네가 그 자리에서 침을 바로 닦아버린다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게 되어 상대방은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다. 침이야 닦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마르게 된다.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웃으며 그냥 침을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난세를 살아가려면 몸을 낮추고 인내하라는 교훈이다.

성경에 유명한 기드온 300명 용사 이야기가 있다. 하나님은 농사꾼 기드온을 이스라엘 지도자로 세워 300명의 용사로 미디안 연합군 13만 5000명과 싸워 이기게 하셨다. 기드온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자 다른 지파(부족)사람들이 시비를 걸었다. 전쟁하러 나갈 때 왜 우리를 부르지 아니하였냐고 생트집을 잡는 것이다. 그러자 기드온은 승리의 공(功)을 그들에게 돌리면서 "당신들은 맏물 포도요 우리는 보잘 것도 없고 맛도 없는 끝물 포도다." 하고 몸을 낮추면서 그들을 높여주었더니 조용히 물러갔다. 그들은 기드온의 얼굴에 침을 뱉으려고 하였으나 기드온이 겸손하고 부드럽게 말을 하자 양심상 침을 뱉지 못하고 돌아간 것이다.

부드러운 말은 뼈를 꺾느니라(잠언25:15).

요즘 사람들은 남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서, 남이 나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 죽이려고 달려든다.

장자(莊子)는 묻는다. 정치인들이나 권력가들은 타인의 얼굴에는 제멋대로 침을 뱉으면서 자신들은 왜 타면자건(唾面自乾)을 행치 못하고 국민들을 아프게 하고 괴롭히는가?

타면자건(唾面自乾)!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이홍기/ 좋은감리교회 원로목사, 수필가

3-이홍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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