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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나이퍼 sniper] 42. 진정한 금수저 論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입력 2019-05-01 00:00   수정 2019-05-01 00:00

["부동산 투자가 무슨 죄? 대변인도 못 믿는 정책이 문제지"] 4월 20일자 조선일보[아무튼, 주말- 이혜운 기자의 살롱]에 실린 기사다. 내용이 의미심장하기에 호출한다.

= "(전략)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한 김의겸 전(前) 청와대 대변인은 86세대다. 1963년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주식 투자로 논란이 된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그 남편 오충진 변호사도 비슷한 세대다.

이들은 부모와 또래들이 앉은 자리에서 아파트로 재산을 두 배 세 배로 늘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해 왔다. "이 나이에 전세 살기 싫었다…. 노후 대책용이었다"(김 전 대변인), "차라리 강남 35억짜리 아파트라면 이렇게 욕을 안 먹었을 텐데"(오 변호사) 등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왜 이들에게만 국민적인 비난이 쏟아졌던 것일까. (중략)

한국인은 돈 가진 자를 부러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가난한 건 세상을 정직하게 살았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한다. 반대로 돈 가진 사람은 세상을 정직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이런 심리를 정치권에서 '이용'한다. (중략)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그 나이 또래의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생계비와 약간의 여유분을 더해 급여를 책정한다.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IMF 외환 위기 같은 위기 상황이 오면 다르다. 돈 때문에 가정이 해체된다.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그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월급쟁이의 희망은 부동산이나 주식이다. 둘 중 자신과 잘 맞는 걸 해야 한다. 내 생각에 부동산은 월급쟁이에게 더 맞다. 주식은 시간이 많아야 한다. (후략) 수시로 차트를 봐야 하니 생업에 지장을 준다." =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수저론'이란 얘기가 퍼졌다. 처음엔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가 회자되더니 급기야 다이아몬드수저까지 나왔다. '수저론 기준표'에 의하면 다이아몬드 수저는 자산 30억 원 이상이거나 가구 연수입 3억 원 이상인 상위 0.1% 사람들을 말한다.



금수저는 자산 20억 원 이상에 가구 연수입 2억 원 이상의 상위 1%, 은수저는 자산 10억 원 이상이거나 가구 연수입 8,000만 원 이상인 상위 3%를 뜻한다고 했다.

동수저는 자산 5억 원 이상 가구 연수입 5,500만 원 이상의 상위 7.5%를 의미하며, 끝으로 흙수저는 자산 5,000만 원 미만에 가구 연 수입 2,000만 원 미만을 꼽는다. 따라서 이 기준표에 의하면 필자는 분명 '흙수저'가 아닐 수 없다.

베이비부머 필자는 가난해서 중학교조차 못 갔다. 직업과 직장 또한 비정규직과 계약직 따위의 변방만을 떠돌았다. 흙수저의 이 같은 비루한 행보는 결혼식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작수성례로 어찌어찌 예식을 치렀지만 신혼살림은 햇볕도 외면한 싸구려 반 지하 월세였다. 살림살이 역시 수저 두 벌과 석유곤로, 비키니옷장이 전부였다. 그렇게 빈곤한 삶이었지만 이후 태어난 아이들만큼은 반드시 '금수저' 이상으로 키우고 싶었다.

지난 시절을 어렵고 슬프게 보냈기에 우리 아이들도 그럴까 두려웠다. 그래서 노력했다. 물론 물질적 뒷받침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정신적, 밥상머리교육 마인드는 '교육의 아버지'로 평가받고 있는 페스탈로치와 맹모삼천지교 이상의 정성을 쏟았다.

나름의 인성과 예절교육에 더하여 주말이면 함께 도서관을 다니며 책 읽는 아빠의 등을 보여주었다. "책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다."라고 했던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사교육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딸이 명문대를 졸업하던 날, 눈물로 젖은 필자의 삶에 이제야 비로소 밝은 빛이 스며드는 듯 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힘든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직장이란 허들 또한 너끈히 뛰어넘었다. 결혼까지 마친 딸이 먼저 외손녀를 출산했다.

천사보다 아름다운 모습에 감사의 눈물이 솟았다. 며칠 전 외손녀의 백일을 맞아 딸에게 금반지를 선물했다. 어제 모임에 나간 아내는 지인에게서 외손녀 몫의 금수저를 받아왔다. 반 돈 분량의 금수저였지만 느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았다.

금수저를 보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그러면서 외손녀에 이어 올여름이면 만나게 될 친손자 또한 금수저로 키우리라... 라는 결심이 깨금발로 우뚝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소위 '금수저론(論)'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그보다 상위 개념인 정신적 금수저의 동량(棟梁)을 나타내는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재벌가 자녀들의 갑질, 그러니까 금수저 출신들의 경거망동을 쉬 봐왔다. 이를 필자는 남전생옥(藍田生玉)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이는 남전(藍田)에서 옥이 난다는 뜻으로, 명문(名門)에서 뛰어난 젊은이가 나옴을 칭찬하는 말이다. 또한 재물보다 우선해야 하는 건 명예이며, 자녀교육이란 화두에서는 항상 전패위공(轉敗爲功)의 경각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금수저 출신이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하면 애먼 그의 부모까지 덩달아 욕을 먹는 게 세상의 이치다. 반면 금수저처럼 빛나는 정직과 예의의 삶을 산다면 그는 진정 금수저다운 인물이라며 칭찬을 받을 건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서두에서 소개한 "부동산 투자가 무슨 죄?" 주인공의 인터뷰 내용 중 하나를 추가한다. = "인디언들이 기우제 지내는 방법이 뭔 줄 아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거다." = 자녀교육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부모를 배신하는 자녀는 없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 작가-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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