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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니코틴 살인 사건 재판부의 엄정한 판단을

입력 2019-05-14 09:47   수정 2019-05-14 18:13
신문게재 2019-05-15 22면

방원기
방원기 경제사회부 기자
항소심 재판 선고까지 길고도 길었다. 일본에서 니코틴 원액으로 아내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A 씨(23)의 항소심 재판이 17일 재판부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2017년 4월 25일 사건이 발생한 이후 꼬박 2년이 더 걸렸다. A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조현병과 과대망상 등을 이유로 들어 원심의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1심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재판 과정에서 그의 말은 차분하고 조곤조곤했다. 어쩌면 논리적이었다. 항변의 항변을 거듭했지만, 결론적으론 "내가 안 그랬다"였다.

그는 결심 공판이 예정된 날 피해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제껏 나오지 않은 새로운 증거였다. 피해자가 스스로 숨졌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였다. 재판 결과를 뒤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증거였다. 감정 결과는 '판단불능'이었다.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유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음에 강하게 반발했다. A 씨는 당시 피해자가 숨질 때 글씨체가 흔들려 감정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며 항변했다. 그는 "필적 감정이 유사하지 않다는 결과는 당시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당시 동요해 흐트러진 글씨체로 봐야 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 말을 내뱉을 때도 A 씨는 조곤조곤 자신이 준비한 말을 이어갔다. 사랑하는 아내를, 그것도 신혼여행지에서 떠나보낸 남편이 준비한 것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무기징역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는 "1심 선고인 무기징역은 교과서에서 배운 기본법에 배치되는 판결이라 생각돼 큰 충격이었고, 난 세상 앞에 어리석은 꼬맹이가 됐다"고 했다. 그리곤 유족을 향해 "죄송하고 사죄한다"고 했다.

유족은 개탄했다.

재판부가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유족은 "2년이 지나서야 죄송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분노했다. A 씨가 차분하게 말하는 것과는 달리 유족 목소리는 요동쳤다. 유족은 A 씨의 말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었다고 했다. 숨진 피해자와 A 씨의 영혼결혼식까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저 재판부의 엄정한 판단을 요구할 뿐이었다.

이제 재판부의 판단만이 남았다.

1심 재판부는 사회와의 격리가 필요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결심 공판은 검찰이 1심과 마찬가지로 사형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진 모르겠다. 사형을 선고할지, 무기징역을 선고할지 재판부의 판단만이 남았다. 대법원까지 상고하면 형이 확정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부분 하나만 살펴줬으면 한다. A 씨가 아내가 숨진 뒤 보험금을 받을 생각을 하며 일기장에 쓴 이 문장을.

"XX 이가 없는 것에 대해선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힘든 건 딱 하나. 보험금이 예상대로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방원기 경제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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