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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작은 서점 지원사업

김희정 시인

입력 2019-05-19 08:56   수정 2019-05-19 09:21

김희정 시인
김희정 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들이 함께 작년 11월부터 올 5월까지 '작은 서점 살리기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여럿 있다. 참고서만 근근이 팔던 동네 서점들도 못 견디고 하나둘 문을 닫는다던 서점의 현실도 직접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서점은 고군분투라는 말도 모자라 보였다. 문화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그나마 현실에 가까웠다.

지난 7개월 동안 계룡문고에서 상주작가로 근무 아닌 근무를 했다. 서점에 찾아오는 고객들과 상담도 하고 책에 대한 소개, 글쓰기와 독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것이 나의 일과 중 하나였다. 그뿐 아니라 독립서점 두 곳(가까운 책방, 우분투북스)에 작가들(김나무 극작가, 김채운 시인, 유하정 어린이 시, 정재은 SF동화작가)을 파견해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계룡문고는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실용 글쓰기 강좌도 각각 13주(2시간)를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소화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서점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는 일은 곤욕이었다.

서점마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손님을 불러들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이럴 때 어울린다고 본다. 온라인 서점의 10% 할인과 마일리지 혜택에 동네 서점이나 중소 서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도서 정가제가 왜 필요한지 매일매일 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서점 하나 없는 동네를 상상해 보자. 크게 와 닿지 않는다면 문화 사랑방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본다. 그래도 와 닿지 않는다면 가끔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나에게 없다고 생각해 보면 어떤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점은 그런 곳이다. 참고서나 문제집이 아닌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고, 그런 책들을 고르거나 읽으면서 동네 사람들끼리 책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책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고 힐링하는 공간. 그런 곳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서점인데 우리는 이런 서점을 참고서나 문제집만 파는 곳으로 만들었고 10% 할인과 마일리지에 문화 사랑방을 온라인 서점에 넘겨주고 말았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햇살이 따가울 때, 퇴근 후에 동네 서점을 들러 며칠 전에 신청한 책을 찾으러 가는 여유를 가져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이런 것은 어떤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마음에 맞는 분들이 모여 수필 읽는 밤, 시 읽는 밤, 소설 읽는 밤을 만들어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믹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서점에서 만들어 보면.



그런데 서점이 없다면 이런 상상도 책 속에서나 만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작은 서점 지원사업이 이런 일을 하는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 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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