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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림동 여경, 성 대결로 흐른 것은 잘못

최충식 기자

최충식 기자

  • 승인 2019-05-20 16:17

신문게재 2019-05-21 23면

'대림동 여경'이 포털사이트와 SNS를 달구면서 때아닌 젠더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구로동 술집에 출동한 여성 경찰관의 제압 과정에 대해 따져 물을 수는 있다. 경찰은 정당하게 업무 처리를 했고 대응이 소극적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한다. 논점이 정상적·합리적 대응이었는지가 아니라 엉뚱하게 불똥이 튄다면 문제다.

이번 논란에는 '여경'이라는 익숙한 프레임이 덧씌워져 있다. 출동한 경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여성 경찰관 전체로 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증이다. 이것은 "내 집에 강도가 들었을 때 여경이 지켜줄 수 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과는 또 다른 사안이다. 여경 채용 축소나 폐지 주장까지 들끓는 배경에는 여경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의 반(反)여성 분위기가 논란을 부채질한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도움 요청이 매뉴얼을 어긴 것도 아니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현장에서 성별 불문하고 어려움을 겪는 일은 빈번하다. 교통경찰관이 수갑을 채웠고 여경이 힘없이 밀려난 개별 사안을 여경 전체의 무능력으로 확대해석하는 저변에는 성 대결 의식도 자리한다. 체력과 진압능력에서 부족한 점은 분명히 보완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여경 선발 비율을 확대해 사회 전반에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정부 계획 자체가 치안력 약화를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도 물론 지켜져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여경 전체가 국민 불신의 대상이 된다거나 도매금으로 비난받을 일은 절대 아니다. 업무 처리가 만일 미숙했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을 수는 없다. 성별 고정관념이 여경 무용론으로 흐르는 건 잘못됐다. 그렇게 말하려면 공권력을 무시하는 취객의 의식을 더 준열하게 꾸짖어야 할지 모른다. 여성경찰관이나 여성에 대한 혐오로 흐른다면 본질 왜곡이다. 무엇보다 '대림동 여경' 건으로 공권력이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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