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
  • 트위터
  • 페이스북
  • 검색
  • 전체메뉴

실시간뉴스

닫기
  • 본문 왼족버튼
  • 센터
  • 본문 오른쪽버튼

[편집국에서] 걷고싶은 '핑크 라인' 만들자

입력 2019-05-23 01:54   수정 2019-05-23 15:30
신문게재 2019-05-24 22면

김유진
대전역부터 대흥동 일대 인도에는 분홍색 선이 그어져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아홉 곳의 명소를 분홍색 보도블록과 스텐실 선으로 이은 이 선은 '근대문화 탐방로'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면서 동시에 관광명소의 역할까지 감당(?)하다니 이만큼 좋은 아이디어가 또 있을까. 목척교와 대흥동 성당 등 익숙했던 명소도 있지만 이름도 몰랐던 곳이 더 많았기 때문에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다는 기대감이 컸다.

코스를 확인한 후 출발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작부터 실망스러웠다. 전봇대 옆 앙증맞은(?) 표지판 하나만 서있었다. 이마저도 상인들에 가려 근대문화 탐방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내 책자도 구비되지 않아 오롯이 선에만 의지해서 걸음을 옮겨야 했다. 구 산업은행이었던 건물을 지나고 목척교에 도착해서야 지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면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표지판은 없었다. 얼마나 더 걸어야 다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 짐작이 되지 않아 암담했다. 무릎 아래로는 감각이 없어지고 가방 끈이 파고드는 것 같은 어깨는 점점 아파왔다.

3번 옛 대전부청사에서 4번 옛 충남도청으로 가려면 지하도로를 거쳐야 한다. 1번 출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6번 출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장애인들은 이 구간을 따라 관람하기 어렵다.

테미오래부터 옛 대전여중 강당, 대흥동 성당 등을 거쳐서 출발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주변 상인들은 이 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우린 몰라요. 구에서 하는지..." 돌아온 대답에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관광객 유치는커녕 인근 상인들에게 홍보조차 되지 않은 이 길을 그 누가 따라 걸을지 의문이 생겼다.

'내가 대전에 처음 온 관광객이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으로 두 시간을 걸었지만 '근대문화 탐방로'가 이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서 둘러볼 만한 곳인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런 설명 없이 끝나버린 보도블록을 마주하면 당황스러웠다. 목척교와 으능정이 거리 등 스텐실 처리가 된 구간에서는 선이 지워져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기도 했다.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가 홍보, 관리 부실로 그 매력을 십분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근대문화 탐방로'를 조성한 취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탐방로 조성을 위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명소를 선정하거나, 의미가 빈약한 곳을 코스에 포함한다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무리 홍보를 하더라도 내용이 부실하면 발걸음이 끊기고, 소셜미디어에서 언급되지 않더라도 알찬 볼거리와 꼼꼼한 관리로 입소문이 난다면 더 많은 관람객들이 근대문화 탐방로를 찾을 것이다.



보도블록이 정리가 안 돼 있거나 스텐실이 지워진 부분은 하루 빨리 보강해야 한다. 또한 볼거리가 부족한 명소에는 충분한 설명이 담긴 표지판이나 소개 가능한 인력이 필요하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