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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힐링과 욕망의 공간, 대전

이성만 배재대 교수

입력 2019-05-27 09:10   수정 2019-05-27 09:41
신문게재 2019-05-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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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만 배재대 교수
대전이 도시의 기능을 갖추기 시작한 지 100여 년이 흘렀다. 찬찬히 뜯어보면 대전도 누리고 가고픈 공간이 적지 않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이 공간, 곧 장소다. 장소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진다. 환경은 언제나 우리의 생각과 감정, 신체 반응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사랑, 욕망, 권태, 불안을 야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힐링을 부추기기도 한다.

대전에는 여느 광역시에서도 누릴 수 없는 개성과 문화를 살린 공간이 있다. 하나는 시청을 중심으로 그 남쪽 지척에 자리 잡은 역사적인 보라매공원이고, 다른 하나는 그 북쪽으로 대로를 넘어 길게 늘어선 문화공간과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 공간과 마주한 힐링공원이다. 후자가 스마트 공간에 배치되는, 자연 속에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공간이라면, 전자는 문화 속에서 우리의 뇌와 끼를 움직이게 하는 공간이다. 전자가 욕망의 장소라면 후자는 사랑의 장소인 셈이다.

도심 속의 한밭 수목원은 속도와 경쟁하며 보낸 시간들을 뒤로하고 마음의 위안을 찾는 시민들에게 유유자적하고 풍요로운 느림의 미학을 누리게 하는 공간이다. 게다가 이 수목원은 나름의 역사를 뽐내는 명산들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대전의 지리적 한계를 넘어 시청을 중심으로 남과 북을 이을 수 있도록 끝자락을 동과 서로 분리하여 '자연지능'을 살린 서원과 '인공지능'을 불어넣은 동원으로 꾸민 한밭 친화적인 녹색공간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의 정신세계를 알차게 하는 문화공간은 현대풍이다.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자연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이 거대 문화공간은 건너편의 스마트 한 자연공간을 품은 예술장소라는 점에서 대전 시민이라면 언제나 누리고 또 누려야 할 대전의 자랑스러운 곳이 아닐까.

독일의 소도시 데사우는 바우하우스로 유명하다. 올해 바우하우스가 탄생한 100주년이 되는 해다. 바우하우스 덕분에 데사우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이 도시에서 '실용'을 추구한 건축과 디자인 학교였다. 바우하우스의 실용 정신은 현대의 건축과 예술,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정신은 바우하우스 교수들이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서 역량을 꽃피우는 바람에 정작 독일에서는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근래에 와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의 건축철학을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가 베를린에 건설 중인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이다. 2006년 첫 삽을 뜰 당시에는 2011년에 개항하겠노라고 천명했지만, 이후 설계결함, 날림공사, 건축결함 등이 불거지면서 계속 연기되어 2020년 말에나 완공된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과 의식을 개혁하여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근대 건축과 디자인 운동을 탄생시킨 바우하우스 정신이다. 불필요한 장식을 없앤 노출 콘크리트와 평지붕, 철과 유리 같은 재료와 기하학적 구조를 보이는 대전의 문화공간을 수놓은 건물들에서도 그의 정신이 직간접적으로 녹아있다. 애플 아이폰 같은 일상 디자인에도 그의 철학이 퍼져있다.

작금의 우리는 너무나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다.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청년은 취업절벽으로, 약소국은 강대국의 패권경쟁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꾸지 않을 수 없다. 그 꿈은 우리 곁에 있음에도 그 가치를 무시했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나만의 공간을 힐링과 문화를 아우른 대전이라는 공간과 새롭게 네트워킹 할 때 한층 더 견실하게 현실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장소라는 공간이 사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사람에 의해서만 대전이라는 욕망의 공간도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만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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