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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할머니와 아이돌

전유진 편집부 기자

입력 2019-06-06 10:49   수정 2019-06-06 13:09
신문게재 2019-06-07 22면

전뉴진
어느 날 할머니랑 집에서 TV를 보다가 놀란 적이 있다. 할머니께서는 화면 속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알고 있는 것은 물론, 멤버 이름도 줄줄 꿰고 있었다. 트로트만 알고 좋아하시는 줄 알았던 할머니께서 "이 친구가 춤을 잘 춰서 유명해"라고 설명할 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경로당에서 이런 대화를 똑같이 꺼내자 한 할머니가 "요즘 애들이나 보는 것 아니냐"고 대꾸했다고 한다.

다섯 살 터울로 이십 대 초반인 동생은 이따금씩 대학생일 때 무얼 해보는 게 좋은지 물어본다. 곰곰이 고민하다가 뻔한 말들을 해준다. 여행을 다닐 수 있을 때 다녀라, 교양 도서를 읽어라, 도서관에서 살아라 등 해보지 못해 아쉬웠던 점 위주다. 그러다 불쑥 왜 대학생의 특권인 것 마냥 이야기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스무 살에만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학교를 졸업한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편견과 선입견이 생긴다. 이에 맞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면서 자연스럽게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핸드폰 메시지를 보낼 줄 몰라서, SNS를 할 줄 몰라서, 유행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게 아니다. 같이 즐기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서다. 방탄소년단이 누군지 몰라서가 아니라, 내 나이에는 그런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가져서다.

물론, 나도 언제부턴가 낯선 학생들의 문화를 만나곤 한다. 버스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의 옷차림이나 언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얼굴살이 쪽 빠지고, 피부가 푸석해진 것을 알아차렸을 때보다도 더욱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젊어지는 법은 머릿속을 비우기부터 시작한다.

아이돌 노래는 10대나 20대가 들어야 한다는 기준은 누가 만들었나, 아저씨 혼자서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누가 떠올렸나. 늙지 않으려면 이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버려야 한다. 갖고 있던 생각을 버리는 일은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안 되는 일도 아니다.

이십 대 후반인 나도 어느 순간 새치 머리와 목에서 굵고 선명한 주름을 발견하기 시작할 것이고, 세월 앞에 장사 없듯 그렇게 무너지겠지. 사람들 눈 속에서 분명 늙겠지만, 생각하는 법과 무언가 도전하는 일만큼은 죽을 때까지 젊어지고 싶다. 앞으로 남은 나날 동안 더욱 깊어질 확률이 높은 고정관념을 버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리라 다짐해본다. 그렇게 스스로 이겨낸 뒤 찾아올 수많은 기회와 경험을 누리면서 즐겁게 살고 싶다. 전유진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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