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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법정서 '사죄한다'는 말은 모두 거짓인가

방원기 경제사회부 기자

입력 2019-06-10 10:43   수정 2019-06-11 13:17
신문게재 2019-06-11 22면

방원기 온라인 최종
방원기 경제사회부 기자
술을 마셨다. 운전대를 잡았다. 사람을 쳤다. 즉시 도망갔다. 찜찜한 기분에 현장에 돌아왔다. 재차 도주했다.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에 기소됐다. 법정에 섰다. 실형을 받았다. 변호인을 통해 항소했다.

대전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이들이 낸 일련의 과정이다. 윤창호 법이 시행된 이후 올 2월 연달아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우선 대학입학을 앞둔 10대를 치어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법정에 섰다. 이 남성은 2월 22일 오전 1시 58분께 대전 서구의 한 교차로에서 횡단 보도를 건너던 A 군을 차로 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37%였다.

남성은 검찰 구형 당시 "반성하고 사죄한다"며 "유족을 꼭 찾아뵙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후 현장 주변에 돌아와 구호하던 시민이 도와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재차 도주한 점을 엄하게 판단했다. 유족 등이 엄한 처벌을 요구한 점을 들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사죄한다"고 말했던 이 남성은 변호인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6년'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유족은 사고 당시 강하고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유족은 사고 전날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주던 아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해맑게 웃으며 곧 다가올 대학생활 꿈에 부풀어 있던 A 군은 이제 세상에 없다. 유족은 다시는 음주 운전으로 사망사고가 일어나선 안 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A 군은 숨졌지만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재판부의 엄정한 판단을 요구했다.

사건이 하나 더 있다. 20대 남성은 2월 11일 오전 5시 30분께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그는 반대 차선 차량을 들이받기도 했다. 사고 직후 도주했으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84%였다. 재판부는 강하게 질타했다. 사고로 숨을 쉬지 못하는 피해자를 또 다른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구조 요청을 했으나 트렁크에서 옷만 챙겨 달아난 점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유족과 합의했고 선처를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사망으로 가족을 잃은 정신적 피해 등 사정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재판 내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듯했다.

두 사건 모두 1심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5월 24일 선고가 내려지고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유족에게 "사죄한다"라는 말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재판부의 양형기준을 낮추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을까.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해줬으면 한다. 가족이 숨진 지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피고인을 바라보는 유족의 마음을.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유족의 아픔을. 방원기 경제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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