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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빕스(VIPS)의 배신

입력 2019-06-09 15:59   수정 2019-06-11 12:51
신문게재 2019-06-12 22면

한세화인물사진
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며칠 전 생일이었다. 당일은 회사가 주최하는 축구대회로 늦은 저녁까지 월드컵경기장에 있게 생겨서 이틀 앞당긴 6일날 가족모임차 빕스(VIPS)에 갔었다. 평소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만나면 다른데로 눈을 잘 돌리지 않는 성격인데, 음식도 그렇다. 특히 가볍게 스테이크를 먹고 싶을 때는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빕스를 자주 가는 편이다. 지난해 둘째아이 돌잔치도 이 곳에서 했을 정도로 나는 빕스를 좋아한다. 20여년 전 쯤 빕스 매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가 생각난다. 온전히 내 느낌만으로, 미국 시골마을 어디쯤의 정통음식점 같은 고풍스럽고 따뜻한 인테리어가 아주 인상적이고 편안했다. 샐러드바도 다양한 메뉴들도 꽉 차 있어 눈과 미각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빕스는 나에게 푸근하고 여유로운 저녁식사의 교과서 같은 이미지를 체감하게 해 준 의미있는 곳이다.

그랬던 빕스가 돌변했다. 나를 포함한 수 많은 충성고객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철저하게 시장논리만을 부여잡고 장사하는 것 같다. 사실 대기업의 당연한 행태다.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단골 장사로 먹고사는 동네식당 주인의 후덕함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 샐러드바 이용을 사람 수대로 주문하게 해놨다는 건 샐러드바 회전이 매출의 근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빕스는 이를 포기한 듯 하다. 수프는 달랑 옥수수수프 뿐이고 초밥 코너는 보이지도 않았으며, 과일도 냉동과일을 포함해 3종류가 다였다. 그날 샐러드바 이용 손님들 사이에서 "먹을게 없어", "뭐가 많이 줄어든 것 같은데…"라며 여기저기에서 불만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 생애 최초 느낀 실망감과 아쉬움이 한동안 마음 안에서 맴돌았다. 이전에는 스테이크 주문 없이 샐러드 메뉴만으로도 충분했었다. 오히려 샐러드바의 모든 메뉴들을 한번 방문에 다 먹어보지 못 할 정도였다.



이러한 변화가 이해는 된다. 빕스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국내 간판급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1997년 론칭을 시작으로 2016년 말 매장 수가 86곳에 달했다. 하지만 2017년 말 81곳으로 내려앉더니 지난 연말에는 61곳으로 급감했다. 불과 2년 만에 30%가량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외식업 불황에 대해 1인 가구 증가로 가정간편식 구매 수요가 늘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형태 변화가 주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빕스는 스테이크 굽는 방식 때문에 유명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빕스의 꽃은 '샐러드 메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제일제당센터점을 샐러드 메뉴를 강조한 '프레시 업 매장'으로 개편, 전년 동기 대비 30% 매출증가를 보였다. 기본에 충실한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단편으로 해석하고 싶다. 변화되는 소비트렌드에 대형 프랜차이즈는 몸집을 줄이고 단가를 낮춰 살길을 꾀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러한 대기업의 발빠른 움직임이 인정머리 없어 보여 서운할 따름이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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