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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지역갈등을 해소하려면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9-07-16 11:48

신문게재 2019-07-17 18면

김호택(연세소아과 원장)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지난 몇 달간 금산 지역의 최대 현안은 화상경마장 유치를 둘러싼 지역민들의 갈등이었다.

인삼과 약초로 대표되던 지역경제의 견인차가 흔들리면서 어려워진 상황을 헤쳐나가고자 했던 문정우 군수의 배팅에 주민들의 찬반논쟁이 거세졌고,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동안 힘든 과정을 겪었다.

결국 금산군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화상경마장 유치를 반대함으로써 논란은 막을 내렸다.



문군수로서는 애초부터 힘든 싸움이었다.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갖고 있었지만 명분상 '도박'이라는 비판을 넘어선다는 것이 어려웠다.

유치의 장점을 설명하는 데에는 적어도 10분 이상이 걸리지만 반대의 명분을 얘기하는 데에는 불과 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박이잖아!"

귀가 얇은 나로서는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모두 너무나 옳다고 느꼈기에 버스가 지나간 뒤에도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단순히 화상경마장 하나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금산을 '말'을 주제로 하는 '특구'를 만들겠다는 마사회의 복안이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이런저런 많은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다 끝난 후에 이렇게 구시렁대는 이유는 지역이 먹고 살 발판이 자꾸 취약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아들 탄탈로스는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서 감옥에 갇힌다. 머리만 물 밖으로 나와 있고, 공중에는 탐스러운 과일이 매달려 있지만, 그가 물을 마시고 싶으면 물이 빠져나가고, 배가 고프면 과일이 시들어버리는 그런 곳이다.

항상 물과 과일이 옆에 있지만 그는 항상 배고프고 목마르다. 우리네 인생사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목마르고 배고플 때 언제나 먹고 마실 것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화상경마장이 물과 과일을 줄 수 있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도박'을 이용해가면서까지 우리가 이득을 취해야 하겠는가 하는 명분에 전적으로 찬동하면서도 '그럼 앞으로 뭘 갖고 먹고살 것인가?' 하는 문제로 마음이 답답하기에 중얼거리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좋기만 한 사업이 시골 마을 금산에 들어올 리는 없다. 많은 이들이 대기업 유치를 얘기하지만 말 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막상 대기업을 유치하려 해도 내줄 땅이 없다는 문제는 사고의 전환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불과 몇 가구 살며 소멸해가는 시골 마을 한두 개의 주민들을 시세보다 높게 보상해주면서 이주를 권유할 수 있다면 수백만 평의 토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 수도 있다. 이미 들어온 대기업 한국타이어도 지역 주민들과 갈등이 있었다. 환경법상 아무 하자 없는 상태로 공장을 운영함에도 그렇다.

귀농 귀촌도 쉽지 않다.

청양은 귀농 귀촌인을 많이 모셔서 32,000여 명 인구에 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1~20%에 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지만 이 얘기를 해준 분은 '원주민들과의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고 했다. 세상에 좋기만 한 일은 없다.

어떤 사업을 벌이든 또 어떤 기업을 유치하든 간에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뭔가는 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제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이대로 조금 벌고 조금 쓰면서 평안하게 살자. 우리 건드리지 마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주민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고, 그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정책을 펴는 지도자들의 의지와 능력이다.

화상경마장과 연관된 갈등을 보면서 느낀 것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정치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추진하고자 했던 문정우 군수의 지역발전을 위한 진정성, 두 번째 현안에 대해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 세 번째는 이대로 인구가 줄어든다면 30년 이내에 지역이 소멸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 그리고 네 번째로 사업 한두 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보고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번째가 아닐까 싶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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