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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충남 마리나벨트(Marina Belt)에 대하여

송복섭 한밭대 건축공학과 교수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9-07-29 08:19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사람이 일만 하고는 살 수 없는 법. 적당한 휴식과 놀이가 필수적이다. 벌이가 나아질수록 레저스포츠에 대한 수요도 늘기 마련인데 소득수준과 시대적 유행에 따라 다양한 놀이문화가 발달했다.

2만불 시대에는 골프가 대중화하고 3만불 시대에는 해양레포츠가 활성화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국민소득 3만 불을 넘긴 상황에서 천혜의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을 가지고 있는 충청남도는 국내 해양레포츠의 허브로 역할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해양레포츠를 산업화하고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부산 수영만을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게임을 위한 요트경기장으로 개발했으며,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비롯해 한강에도 각종 레포츠 시설이 점차로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산 수영만의 발전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최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으로부터 먼 입지적 한계와 오랫동안 2만 불 시대에 머물면서 해양레포츠 붐을 이루기에 시간이 더 필요했던 측면이 있다.

충남도는 아산만부터 당진과 서산을 거쳐 태안과 보령, 서천에 이르는 해안선이 반도와 만을 형성하면서 원산도를 비롯한 아름다운 섬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아 해양레포츠 환경을 위한 천혜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은 해양레포츠 산업의 전성시대를 이끌 큰 자산으로 평가된다.

역사적으로도 충남 서해안은 외부세계의 문물이 한반도에 전해지는 관문 역할을 담당했다. 당진(唐津)이란 이름도 ‘당나라와 교역하던 나루’였다는데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천주교도 이곳으로부터 전해졌고 서양의 각종 문물도 충남도를 통해 제일 먼저 도달했다.

내포 문화권으로 일컬어지는 홍성지역도 서해안으로부터 강을 따라 배를 타고 이어져 내륙 깊숙한 곳까지 서해의 영향권에 있었다. 한편으론 전라도와 제주도의 공물이 서해안을 따라 한양으로 전해지는 조운의 길목 또한 충남 서해안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여건은 해양레포츠를 중심으로 충남도를 새로이 비상하게 할 좋은 바탕이 된다.

그럼 어떻게 마리나벨트를 구축할 것인가? 섬과 해수욕장 등 각종 경관 포인트를 해양레포츠 중심으로 개발하고 네트워크화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그동안 해안선을 따라 상당한 경관자원이 개발된 것이 사실이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요트와 보트를 대량으로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 허브다.

이를 위해서는 오천항이 입지적으로 최적의 대상이라고 여겨진다. 과거 ‘충청수영성’의 근거지이기도 하고 만(灣)의 입구에 해당하는 지리적 환경이 최적의 조건을 이루기 때문이다. 마리나 허브 외에도 기존 항을 중심으로 서로 연락할 수 있는 시설이 새로이 구축돼야 한다. 경관 거점이 되는 섬뿐 아니라 서천과 당진까지도 요트로 다녀올 수 있는 시설도 추가적으로 건설돼야 할 것이다.

사업은 민간 중심으로 추진돼야 하고 재원 또한 민간자본 참여를 근간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각종 해양레포츠 프로그램들은 충남 마리나벨트 사업의 잠재적 자원이며, 서해안 포구 곳곳에 보이는 요트들은 곧 해양레포츠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마리나벨트 구축사업은 우리 지역에 많은 고급 일자리를 새로이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종 해양레포츠 산업 관련 기업이 지역에 입주해 세수가 늘어나며,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청년층이 대거 유입될 것이다.

마리나 시설은 요트 정박은 물론 생산과 판매, 수리까지 포함해 당진의 철강산업과 아산의 자동차산업과도 연계되며, 사물인터넷 중심의 4차산업을 견인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리라 예측된다.

또한 해양레포츠 산업은 숙박과 요식업 등 추가적인 서비스산업 수요를 이차적으로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가 어렵다는 길목일수록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견인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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