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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반일 불매운동과 시민사회

정용도 미술비평가

입력 2019-07-29 09:04   수정 2019-07-29 14:12
신문게재 2019-07-30 19면

정용도
정용도 미술비평가


개념적으로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한다. 하지만 인간은 기억과 활동 그리고 기대로 시간을 이해한다. 과거는 어찌 보면 삶의 활동으로 인해 변화하게 될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잉태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억으로 직조돼 있는 연료와 같다. 거짓된 기억은 삶의 활동을 무력하게 만들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체념하게 한다.



현재 한일 간의 관계에서 정치적인 문제는 두 번째로 고려한다 하더라도 아베의 수출규제를 보면 현재 일본 사회가 그들의 기억을 거짓으로 채워 오면서 결국에는 상당한 무력감에 빠져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력감은 거짓의 크기에 비례하는 폭력이나 자해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정부가 그들 기업의 수출을 규제해 한국의 산업에 악영향을 주려는 시도는 장사꾼이 특정 물품을 독점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 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물건을 팔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해와 폭력이 공존하는 신경증적인 행위로 미래라는 기대의 성취가 아니라 그들 기억의 기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면서 현시대의 흐름에 어깃장을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일제 35년간의 식민 지배를 무던히도 미화시키려고 노력해왔다. 진실이 부재하는 자의적으로 미화된 기억은 리플리 증후군으로 발병된다. 강제 동원된 위안부와 징용공이 자발적이었다거나 생체실험도 없었다는 그들의 생각이 어쩌면 그렇게 믿어왔기 때문에 그들에겐 진실일지 모른다. 마치 신경증 환자처럼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고 하는 인격장애 증상이다. 그들에게 그들 기억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죽도록 싫을 것이다.

일본의 병적인 증상에 한국 국민들은 촛불 혁명의 그때처럼 차분하게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에게 불매운동은 단순히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 일제 35년간의 비극을 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로 알고 있고 분노했던 사건들이 각 개인의 현실 속에서 슬퍼하고 추억하고 배려해야만 되는 삶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기억하고 분노하는 것보다는 슬퍼하고, 슬퍼하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 의식이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가장 근원적인 병폐는 피지배 민족에게 조작된 역사의식을 심어놓는 것이었다. 식민사관의 본질은 무력감과 패배주의로 나타난다. 근거 없이 조작된 역사의식 위에서 만들어진 당연히 진실일 수 없는 담론들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사회를 지속적인 혼란에 빠트렸고 보이지 않는 가시처럼 한국 사회의 곳곳을 독학자들의 천국으로 만들어버렸다. 할 수 없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의 경계도 지워버렸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무너트려 버렸다. 반일 불매운동의 상징적인 가치는 한국사회의 진화론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다. 각 개인들이 삶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개척하고 확장해 가는 21세기 글로벌한 시민사회의 삶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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