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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수사구조개혁' 이제는 입법으로 완성해야 할 때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입력 2019-07-31 10:49   수정 2019-07-31 16:29
신문게재 2019-08-01 18면

황운하 대전청장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경찰관으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지금까지 필생의 과업으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수사권독립을 생각해 왔다. 서울 성동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던 1999년 당시 경찰 수사관들이 검찰청에 파견돼 검사의 수사를 돕는 관행이 있었다.

형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파견을 나가고 싶어 했으나 만성적인 민생치안 현장인력 부족 상황에서 경찰이 있어야 할 자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검사 지배형 수사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형사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다. '경찰이 정말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 하나만 생각하고 좌고우면 없이 결행했다.

검찰이 거대 권력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던 당시 모든 언론에서는 이를 '경찰의 반란'이라는 표현과 함께 대서특필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것임에도 '힘의 열세인 상황에서는 반란으로 규정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쓴 웃음과 당혹감이 밀려왔다. 괴물이 되어버린 검찰 권력을 상대로 간난신고의 싸움이 시작된 시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잘못된 수사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나의 신념은 변함이 없지만, 그때와 달라진 것은 이제 국민 대다수도 내 생각을 지지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0일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83.9%의 국민이 수사권조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의 구현에는 크게 미흡하다. 경찰은 1차적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지만, 검찰은 독점적 기소권·독점적 영장청구권과 함께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했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분담하는 원칙이 관철되지는 않았다.

한편, 경찰의 수사는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고 남용되지 않도록 누군가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 그 누군가가 검찰이 돼선 안된다. 검찰이 경찰을 통제한다면 사건 가로채기,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부정한 관행을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착각이 검찰과 국민 사이에 존재했다. 그러한 착각의 결과, 검찰의 권력은 괴물처럼 커졌고, 경찰수사는 그 책임성이 약화 됐으며 올바른 성장이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찰수사에 대한 통제는 경찰 내부의 통제기구를 강화하고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이의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실효적이고 자율과 책임 원칙에 부합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영국, 미국 등에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수사 절차상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할 여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찰의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기존의 수사 관행이 개선되고 인권보호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똑똑한 검사가 막강한 수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정의가 구현되리라고 믿는 것은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다. 오히려 권력남용과 부정부패 그리고 인권침해를 불러오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비싼 수업료를 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검찰의 수사권 행사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선진 형사 사법제도로 나아갈 수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와 함께 수사의 총량은 줄이고, 과잉 수사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촛불 혁명으로부터 시작된 긍정적 기운이 변혁을 갈망하고 있고 수사구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나의 필생의 과업이 국민이 바라는 염원과 하나가 됐음을 느끼는 이 순간 나는 공직자로서 벅찬 소명의식과 함께 큰 보람을 느낀다. 우리의 형사사법체계는 지금 유례없는 변혁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여 한 발 더 나아가느냐, 아니면 쇠퇴하느냐는 국민 모두의 선택에 달려있다. 우리는 분명 전진할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는 늘 그래 왔기 때문이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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