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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관계의 세계

- 영화 <라이온 킹>

입력 2019-07-31 10:44   수정 2019-08-01 17:08
신문게재 2019-08-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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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생각대로였습니다. 아주 익숙한 이야기가 큰 변화 없이 진행됐습니다. 어린 사자가 우여곡절을 겪고 드디어 우람한 밀림의 왕으로 우뚝 서는 성장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옛 소림사 무술 영화와도 비슷합니다. 정치적 역경으로 몰락한 명문가의 후손이 가까스로 살아남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절에서 천덕꾸러기로 자라다가 청소년기가 지나면서 정체성을 깨닫고 무술에 정진하여 간웅을 처단한 뒤 국난을 평정하고 나기도 전부터 혼약된 가문의 처자를 만나 결혼하는 스토리 말입니다. 우리 역사 속 인물인 동명왕 주몽이나 궁예의 이야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영화의 미덕은 전형적 성장 서사 구조 속에 자리한 관계성에 있습니다. 심바가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빠 사자 무파사입니다. 그러나 무파사는 왕과 아버지로서의 권위와 엄격함보다 친구에 가까운 관계성을 통해 심바를 대합니다.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쏟아져 내릴 듯 수많은 별이 빛나는 밤 무파사와 심바가 몸을 맞대고 누워 대화하는 대목일 것입니다.



무파사와 심바의 관계뿐 아니라 영화는 무파사의 비서이자 잔소리꾼인 자주, 어린 암사자인 날라, 어머니 사라비, 늙은 원숭이 라피키, 도망친 곳에서 만난 티몬과 품바 등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를 통해 심바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위로와 조언, 공감과 격려, 도전과 동행 등 심바와 이들의 관계가 영화 속 이야기의 결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합니다. 또한 사막의 모래, 불어오는 바람, 밤하늘의 별, 숲의 나무와 꽃, 나비들까지도 심바를 둘러싸고 관계를 형성합니다. 실로 한 아이가 어른이 되는 데는 온 우주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순환론, 유기적 관계론, 직선적 낙천주의, 기계적 약육강식 등 영화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언급됩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우화일 수도 있습니다. 동물들을 통해 전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하게 합니다.

애초 2D 애니메이션(1994)이었던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실사영화나 다름없을 만큼 실감나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익숙한 노래들도 보는 즐거움에 듣는 흥겨움을 더합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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