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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히스토리와 허스토리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입력 2019-08-05 09:44   수정 2019-08-05 09:44
신문게재 2019-08-06 17면

임정규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온 국민이 일어나 조국의 독립을 외쳤던 3.1운동과 당시 나라의 중심목이 되어준 임시정부 수립의 100년을 돌아보니,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역사의 아픔은 우리 주변에 그대로다. 이 상태에서 다시 또 일본 극우정치의 야욕으로 경제전쟁이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주변 국가들로 인한 끊임없는 부딪힘 속에서 살아내거나 살아가고 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향해가는 지금 시점에서 적절한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전환'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전환할 것인지 예측하면, 긍정적인 전환보다는 위기로의 전환일 가능성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일본의 일제 강점기 가해국에 대한 사죄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외면한 형식적이고, 돈으로 해결하고 끝내는 옳지 못한 행위였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더 요구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정치를 볼 줄 알아야 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어쩌면 한국의 지정학적, 역사적, 경제적인 처지는 여성들이 성차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때론 닮았다. 일제강점기로 인한 우리나라의 과거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못했음에도 올바르지 못한 위정자들은 앞뒤 다 자르고, 맥락을 잇지 못하는 자의적인 해석을 하거나, '돈'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이 한국사회의 누적된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젠더폭력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데도 제대로 공감하거나 귀기울지 않은 채 오히려 가해언어로 구조화시키는 '가해문화'가 공통적이다. 여성이 사회진출이 활발하고, 남성보다 더 우위에 섰을 것이라고 하지만 훨씬 더 뿌리깊은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히 여성들의 정치, 경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구조화시켜놓았고 기울어져있다.

정부의 여성일자리 정책에 대한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의하면 아직도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을 30% 넘게 덜 받는다. 또 생애주기를 교차해보면 20대 여성청년은 비정규직, 저임금, 감정노동 강요, 외모 중시, 성희롱의 주요 피해에 노출비율이 남성에 비해 많다. 결혼과 임신, 출산시 남성중심적인 기업문화는 경력단절과 일가정양립의 이중고, 불편헤하는 직장내 분위기가 아직도 팽배하다. 이러한 문화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열악하고, 지역으로 갈수록 아직도 정책의 사각지대로 많이 남아있다.

성별 고용률 격차는 줄었지만 시간제와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늘어나고, 남성을 통한 간접적인 수입의 한계성으로 인해 노후의 연금수급에도 불리하게 작용해 노동능력이 상실된 노후에는 빈곤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혼이나 사별 시 여성은 빈곤에 처하게 될 위험이 남성보다 높아지는 것이 보편적인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통계를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대부분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경력을 단절시켜놓는 사회문화와 '여성=돌봄전담자' 고정관념으로 유리천장과 유리 벽에 가둬두고 깨는 것을 원치 않는 남성중심적인 정치와 경제는 '전환'의 정치를 통해 이제 바꾸어야 하며 바꿀 때가 왔다.

지금의 여성에게는 돌봄전담자라는 고정관념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일자리를 넘어 개인의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역사적 맥락과 미래를 보는 지혜로서 여성의 가치, 여성의 관점, 여성의 참여가 포함되는 성평등과 인권을 정치와 정책의 기준으로 삼자. 당장 내년 예산을 설계하는 행정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아젠다를 형성해야하는 정치와, 경제민주화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한 혁신적 실험을 위한 다양한 주체들이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앞으로의 100년의 역사를 히스토리만이 아닌 허스토리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통찰적으로 함께 만들기를 희망한다.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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