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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웃死寸(사촌)'이 씁쓸해

입력 2019-08-04 09:12   수정 2019-08-06 13:50
신문게재 2019-08-07 18면

한세화인물사진-소
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딱, 딱, 저놈의 공 때리는 소리, 듣기 싫어~!"

지난달 중순께 대구의 한 스크린골프연습장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다름 아닌 '이웃'의 주민이었다. 50대 방화범 A씨는 이날 실내골프장 2층 계산대와 1층 주차장 바닥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후 불을 질렀다. 이 불로 A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이튿날 끝내 숨졌고, 실내골프장 업주 내외도 큰 화상을 입었다. 문제는 7년 전 골프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다. 골프연습장이 A씨가 살던 방 벽면과 1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어서 골프장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불면증도 심했다는 것이다. A씨 방에는 벽간 소음 때문에 힘들었던 내용이 담긴 A4용지 5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돌아오지 않을 각오를 한 것이다.



A씨 입장에서 옆집 실내골프연습장은 공 때리는 소리가 소음으로 들린 그 순간부터 '이웃'이 아니었을 것이다. 파멸을 자초하면서까지 이웃에게 반감을 드러냈던 A씨의 마음이라면 더 이상은 보편적 개념의 이웃은 아니게 된다. 이웃, 더 나아가 '이웃사촌'은 서로 가까이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간이나 다를 바 없는 관계를 말한다.

최근 '이웃나라' 일본이 대한민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지난달 1일 대(對)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지난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2차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위안부를 비롯해 학도병, 징용 등 정치적 쟁점에 대해 경제까지 손을 댄 일본의 행태가 치졸하고 야비하다. 이제껏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은 계속됐지만 이를 경제와 결부시키진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도발로 한국과 결별을 택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비겁한 방법으로 맞대응하는 게 옳을까… 생각해 볼 문제다. 기원전 1750년 고대국가 바빌론 통치를 위한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율법이 전해진다.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하는 것을 비유하거나 되돌려주기의 부정적 의미로 현대에 들어 흔히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본뜻이 한참 왜곡된 해석이다. 한 개 손해 본 것 이상의 '과잉복수'를 해선 안 된다는 게 진짜 의미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괘씸하기 이를 데 없다. 이판사판 심정으로 몸에 기름 붓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고만 싶다. 하지만 방화범 A씨처럼 행동하기에 우리는 이미 가진 게 많고 무모하지도 않다. 사태가 심각할수록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얻을 것 보다 잃을 게 더 많은 국제관계 속에서 뭉근한 움직임으로 '비기는 싸움'을 하는 게 진짜 이기는 방법이다. 부디 이웃사촌(四寸)이 '이웃死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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