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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일하는 공무원

입력 2019-08-07 15:03   수정 2019-08-07 17:32
신문게재 2019-08-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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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인 행정과학부 기자
몇 년 전 만난 그 공무원은 지금도 손에 꼽히는 나의 '최애' 공무원 중 한 명이다. 요즘도 자주 그때의 일을 언급하는데 그만큼 내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모양이다. 당시는 경기도와 서울시를 중심으로 막 청년통장 정책을 내놓았을 때다. 사회초년생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지자체도 같은 액수를 지원해 목돈 마련 기회를 주는 제도다. 내 집 마련이 일생의 최대 목표였던 시기를 지나 요즘 청년들은 집은커녕 돈이 없어 결혼까지 포기하고 있다. 목돈을 손에 쥐기가 그만큼 어려운 세태를 바로 반영한 이 제도는 높은 경쟁률로 실효성을 바로 보여줬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전에서는 왜 이런 정책을 일찍이 도입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곧장 청년정책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어 계획을 물었다. 돌아온 뜻밖의 대답은 "대전시도 곧 청년통장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해 달라고 하고 부서를 방문했다. 꽤 구체적으로 정책에 대해 설명한 뒤에 그 공무원은 "아직 시장님 결재는 안 났는데 이 사업은 제가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꼭 하려고요"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시장 방침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서 기자에게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내용을 설명한 공무원은 처음이었다. 그 무렵 다른 사안 취재를 하면서 업무 담당자가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이게 공식적인 우리 시의 입장은 아닙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몇 번 듣고 놀란 적이 있는데 이 공무원은 시장에게 보고도 안 된 내용을 당당하게 설명했다. 그 기저에는 업무 책임자로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청년통장은 그 공무원이 자리를 떠난 현재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다.



오래 전 이야기를 꽤 길게 지면에 담는 건 여전히 그 공무원이 내게 특별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이후 종종 소신 있는 공무원을 만나긴 했지만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 예컨대 은폐 또는 업무에 대한 적극적 태도 결여 등의 모습을 더 많이 접해 씁쓸하다. 민선6기 대전시가 온전한 끝맺음을 하지 못하면서 대전시정은 크게 흔들렸다. 시장의 빈자리를 대신할 책임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촛불과 함께 탄생한 민선7기 대전시정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달라진 건 없다. 대전시 실·국장이 기자실을 찾아 이런저런 사업 과정과 결과를 브리핑하지만 왠지 숙제하는 듯한 느낌이다. 제대로 된 내용을 준비하지 못해 다시 오겠다고 하고 돌아간 이도 있다. 각종 전국 단위 공모에서 줄줄이 낙방하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 싶다. 자치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3선 구청장이 있는 자치구는 더욱 그렇다. 구청장 지시사항만 처리하다 보니 구정 곳곳에 누수가 생겼다. 일하고 있지만 일하지 않는 공무원이 지천이다. 일하는 공무원을 보고 싶다. "이 사업은 꼭 해야 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공직사회가 곧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한 순간이다. 행정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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