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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인공지능과 더불어 살기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9-08-12 08:14
양성광 이사장
양성광 이사장
세상을 바꾸는 미래 설계자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AI)은 앞으로 인류 문명의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그는 친구인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가 AI 로봇을 만들까 봐 두렵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무슨 마음에선지 AI 스타트업 '뉴럴 링크'를 설립했다.

이 스타트업은 인간의 두뇌 피질에 초소형 전극을 이식해 뇌 신호를 외부 컴퓨터에서 수신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같이 뇌와 컴퓨터를 결합해 두뇌를 강화하는 것이 인간이 AI에 종속되는 것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기술 발전은 궁극적으로 영화 '트랜센더스'에서처럼 슈퍼컴퓨터가 사람의 뇌에 연결돼 사람을 통제할 가능성도 생긴다. 머스크가 인간이 AI에 종속되는 것을 막으려고 설립한 회사 때문에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더 빨리 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대부분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당장은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모두 AI 때문에 난리인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왜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했는가? AI가 부지불식간에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20년 동안 우리는 인류 역사 전체에서보다 더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다. AI는 기계의 뇌가 되어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센서와 AI가 장착된 기계는 사람보다 더 정밀하게 감지하고,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추론·판단한다. 심지어 지치지도 않는다.

이런 기계들이 서로 연결돼 자기들끼리 소통하고, 사람의 생각과 패턴을 예측해 생산과 유통을 결정한다. 전문가들조차도 기계들이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판단이 더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계의 판단에 의존해 행동한다. 우리의 삶은 시나브로 AI에 의존해 간다.

이처럼 사는 방식이 변함에 따라, 시장은 더 급격하게 변한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과 직원은 퇴출당한다. 살아남은 기업은 변화에 성공한 젊은이만 고용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이 주는 편리함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변화의 물결에 비켜서 있는 일부 기성세대뿐이다.

가장 우려되는 세대는 앞으로 AI와 더불어 살아갈 날이 많은 청소년이다. 이 세대 학생들은 AI로 대체될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는 기본원리를 충실히 배우고,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어려서부터 게임을 하듯 AI와 친해져야 한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컴퓨터처럼 도구로 쓰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용법을 먼저 익히고 자기 일에 잘 활용하는 사람은 더 강한 아이템을 가진 게이머처럼 경쟁 우위에 있게 된다.

학교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대학입시와 대학교육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대학이 취업 준비 공간으로 머무는 한, 우리 젊은이의 미래는 물론 우리 기업의 미래도 없다.

중소기업은 비즈니스에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구진흥재단에서는 의지는 있으나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기업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시범적으로 AI 도입을 희망하는 3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문제 진단과 해결 방법론을 도출하고, 이후 기술이전 연계와 AI 플랫폼 전문기업 육성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인류 중에서 불을 도구로 사용한 종만이 살아남아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했다. 인공지능도 가장 먼저 잘 활용하는 자만이 자신에게 유익을 가져다주는 이기(利器)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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