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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4)

- <마부>(1961)

입력 2019-08-14 15:24   수정 2019-08-15 16:28
신문게재 2019-08-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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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가 어머니의 슬픔에 대한 것이라면, 영화 <마부>는 아버지의 눈물이 담긴 작품입니다. 지금은 어디에도 자취가 남아 있지 않은 말 끄는 사내 이야기입니다. 시대 배경은 쌀, 이삿짐 같은 무거운 것을 나르는 일에 아직 자동차가 쓰이기 전입니다. 그런데 사회가 빠르게 근대화되면서 차츰 말로 짐 나르는 일이 줄고, 중노인길에 접어든 주인공 춘삼도 일이 힘에 부칩니다. 아내 없이 혼자 4남매를 키워야 하는 그의 처지가 애처롭습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마부> 모두 근대라는 시간이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합니다. 전통적 삶의 방식, 가치관이 새로운 시대와 맞닥뜨리며 빚어내는 갈등은 한국영화사 전체에 걸쳐 있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구한말, 일제강점기,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민족의 전통은 무력했습니다. 역으로 강력한 서구적 근대화의 물결은 이전의 것들을 급속하게 몰아냈습니다. 이 영화는 전통적 농경 사회 구조 속에서 확고했던 중년 남성의 지위가 흔들리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씨족, 가문,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에 의해 지탱되는 사회가 상공업적 도시의 개인주의로 변화되면서, 아버지는 더 이상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주인공 춘삼 역을 맡은 배우 김승호는 그 시대 아버지의 표상이었습니다. 오늘날 국민 아버지로 불리는 최불암의 이미지가 텔레비전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비롯된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전원일기>의 최불암이 전통적 농경 사회 속 가부장에 대한 회귀인 데 비해 김승호는 <시집가는 날>(1956), <로맨스 빠빠>(1960), <박서방>(1960) 등 수많은 작품에서 근대적 상황 속에 처한 아버지의 애환을 그려냈습니다. 나이 등 조금 다른 면이 있지만 국민 아버지로서의 김승호의 면모는 배우 송강호에게서 발견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효자동 이발사>(2004), <괴물>(2006), <우아한 세계>(2007), 그리고 최근작 <기생충>(2019)에서 보여준 실패한 아버지의 모습 말입니다.

이 영화는 서민들을 위한 대중영화답게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큰 아들 수업(신영균 분)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춘삼 역시 가까이 지내던 수원댁(황정순 분)을 아내로 맞게 되면서 희망을 찾게 됩니다. 함박눈이 소담하게 내리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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