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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

입력 2019-08-21 10:38   수정 2019-08-21 10:42

나나

찌는 듯한 더위 속 그 곳은 오늘도 적막만 감돈다. 가끔씩 부는 바람에 빈 그네만 흔들린다. 우리 집 앞 놀이터 이야기다. 8월도 어느새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한낮 햇볕은 아직도 따갑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부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가을이 오긴 오나보다.

직장인들의 여름 휴가는 거의 끝나가지만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아직도 방학이 남아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방학임에도 놀이터는 늘 조용하고 한산하다. 처음 이 곳으로 이사를 하기위해 집을 알아볼 때 집 앞에 놀이터가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베란다 창문에서 내려다 보면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볼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놀이터 앞이라 시끄럽지 않을까하는 하는 우려도 들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놀이터는 오후 늦은 시간대만 몇 명의 아이들로 잠깐 분주했다가 다시 한산해진다. 내가 사는 곳은 초등학교 1학년만 7반으로 제법 많은 아이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답은 아파트 내 상가를 가면 알 수 있다. 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상가에는 미술학원, 그 옆에 태권도, 그 옆에 피아노 등등 수많은 학원이 밀집해 있다. 방학 임에도 운동장과 놀이터는 한산하지만 상가 안에는 가방을 메고 움직이는 아이들로 분주하다.

방학동안 가장 분주해진 곳은 학원가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도 시간마다 오가는 노란색 봉고차량들이 부쩍 많아졌다.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이 대신 학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방학은 늘 놀기만 해도 하루가 모자랐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근사한 놀이터는 물론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터도 적었지만 골목길은 늘 아이들 노는 소리로 시끌시끌 했다. 밥을 먹다가도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에 서둘러 숟가락을 놓고 뛰어나가곤 했다.

돌멩이, 긴 줄 등 모든 것이 놀잇감이었다. 분필 하나면 골목길 여기저기에 놀이판을 그려두고 오재미도 하고, 피구도 했다. 방학이라고 엄마들이 특별히 고민을 하는 일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 엄마들마다 아우성이다. 두 달간의 방학동안 도대체 뭘 해야 할지 하루하루가 걱정인 것이다. 밖에서 놀고 싶어도 폭염도 문제지만 함께 놀 아이들이 없어 내보낼 수도 없다. 친구들과 놀게 해주려면 엄마들끼리 일부러 약속을 잡아야 한다. 긴 여름방학을 주로 학원과 실내에서 보내는 아이들, 병원에는 냉방병으로 인해 감기, 장염 등에 걸린 아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맞벌이 부모를 둔 덕분에 우리 아이도 방학동안 날마다 두 개의 학원을 가고 있다. 방학 임에도 제대로 놀지 못하는 아이에게 때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학원 차에서 내리는 아이를 마중 나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텅빈 놀이터가 왠지 씁쓸하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여름내 조용했던 놀이터가 조금은 시끌벅적해질까.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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