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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프]아름다운 황혼

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

  • 승인 2019-08-21 18:45
노수빈
필자의 절친한 친구로부터 날아온글이 노인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 오랜만에 이런 글을 적어 봅니다.

비가 내립니다/그치지 않는 비는 없습니다.

꽃이핍니다/지지않는 꽃도 없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젊음도 심지어 내가 빠져나올 수 없는 고통의 시간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노화도 그 어떤 약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막을 수 없는 필연적인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용하면서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늙어가야 아름답고 우아한 황혼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고 잘 늙으면 청춘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비바람이 분다고 하여, 나의 지금 이 시간이 고통스럽다 하여 쉽게 포기할 게 아니라 조금만 기다리면 어느새 비바람은 멈추고 지금의 고통도 어제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고 합니다.

필자가 몇 개월 전에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되어 몸을 추스르지 못한채 병실에 누워 기저귀 차고 대소변 가리지 못할 때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화장실 출입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감지덕지 황송하기에 두 발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 부럽기 이를 데 없었지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립선암과 방광암이라는 두가지 암이 발견되어 수술까지 하게 되었는데 회복하는 기간은 참으로 힘든 시간 이었지요 갑작스런 사고로 수족을 못쓰고 누워있는 나를 지켜보는 아내의 눈에서는 눈물이 마를 날 없고 감당하기 어려워

홀로 밖에 나가 울음 울때면 가슴속까지 무너져 내리는 고통으로 슬펐다고 합니다.

무용지물의 인생으로 전락해버린 내자신을 원망했고 젊은날 사지 멀쩡했을 때 관리하지 않고 몸을 혹사 시키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뉘우침에 때늦은 후회를 했지요

아하!

다른 한편으로는 뇌출혈로 인하여 이보다 더 무서운 암세포를 발견할 수 있었고 조기에 치료 수술까지 하게 되었으니 불행중 다행이며 뇌출혈 사고가 없었더라면 내 몸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암세포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고 진행되었더라면 생사를 가르는 투병생활로 고통스러운 황혼을 보낼 뻔했지요

지금은 마비된 팔다리도 아내의 지극정성과 주치의 선생님, 간호사님들, 보조간호사님 등 그들의 천사같은 마음과 보살핌으로 일어서서 걸어다닐수 있게 되었으니 하늘에서 내려준 기적같은 은총이라 여기어 감사드리고 있지요

오늘의 거센 비바람과 나에게 닥친 고통의 시간을 조금만 참고 견디어 제2의 여생을 감지덕지하면서 지내겠습니다.

우리 모두 강박했던 지난 세월을 탓하지 말고 세월을 인정하면서 아름다운 단풍처럼 우아하게 늙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노수빈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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