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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세습의 탐욕

김명주 충남대 교수

입력 2019-08-26 11:14   수정 2019-08-26 11:14

김명주-충남대-교수
김명주 충남대 교수
조국의 딸 대학입학 특혜의혹은 참으로 씁쓸하다. 제1야당 인사들의 자녀 취업 특혜는 으레껏 그러려니 실망할 건더기도 없어보였다. 그들이 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 그들에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조국의 경우는 달랐다. 정의와 개혁의 아이콘인 그는 준법은 기본이고, 반칙이나 특혜를 거부하는 청렴성도 출중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위법은 없었다"는 그의 첫 해명은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법에 빠삭한 법학대학원의 교수가 위법을 저지를 만큼 미련할 리 없다. 영리한 엘리트들이 그러하듯이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사익을 챙긴 것이다. 인사 청문회마다 단골 위법인 강남 위장 전입은 비록 위법일지라도 교육에 대한 열의로 너그럽게 봐준다면 불의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2주 실습하고 논문의 제1저자가 된다는 것, 유급하고도 장학금을 수령한다는 것은 비록 위법성을 밝히기 어려울지라도 명백한 불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낙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가 낙마한다면 오랜 숙원이었던 사법부의 개혁이 늦춰질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한다. 그가 낙마한다면, 조국이 휘두를 개혁의 칼날에 스러질지 몰라 숨죽였던 사람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 뻔하고, 뿐만 아니라 조국의 불의에 화력을 집중했던 자들은 일말의 수치심 없이 똑같은 불의를 저지르면서 버젓이 살아갈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조국을 기어코 임명해야 한다는 청원이 20만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조국 딸의 불공정한 스팩 쌓기는 '안이한 아버지'의 실수였다고 안이하게 해명할 일이 아니다. 이는 진보/보수와 같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 세대가 획득한 성공과 신분과 재력을 세습하려는 불공정한 탐욕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다.

한국에서 대학입학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은 대학입학은 그냥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생의 품격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일류 인생을 살지, 이류 인생을 살지를 결정하는 갈림이 바로 대학입학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이다. 그러다보니, 특히 엘리트의 경우 자식농사의 성패는 어느 대학에 입학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인맥과 재력을 총동원하여 기를 쓰고 일류대학에 합격시키려고 한다. 자식농사 실패하면 한평생의 노고가 허사일터이니. 추측컨대, 조국 역시 그는 자신의 눈부신 성공에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고 다음세대까지 자신의 축적한 재력과 신분을 세습하여 대대손손 누리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성공이라고 여겼음직하다.

평생 축적한 재산과 신분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우리네 욕망은 아마도 세계 일등일 듯하다. 외국에서는 작은 재산은 자녀에게 유산으로 남기지만, 덩치가 큰 재산일수록 사회에 환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식에게 회사도 물려주고, 권력도 물려주고, 재산과 신분도 물려주고 싶어 한다. 어느 모로 보나 혈연 중심적 사고의 전형적 사례다. 내가 이만큼 고생해서 얻는 재산과 신분이니, 대대손손 자식이 누려주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흔히 보듯이 공짜로 얻는 것은 쉽게 써버리는 마음도 인지상정이다. 부모가 힘들게 일해서 벌은 재산은 알뜰살뜰 관리해서 불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세습 받은 재산과 권력은 대부분 흥청망청 써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인류가 애써 발명한 민주주의라는 체제는 권력/신분/재산세습의 맹점을 일찌감치 파악했고, 권력세습대신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고, 신분세습대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재산세습에 막대한 세금을 물림으로써 이를 막고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파워 엘리트들은 명백한 민주주의 허울 아래서 의식은 혈연부족시대 수준을 살고 있는 듯하다. 일류대학 입학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과열 경쟁과 그로인한 불의한 스팩쌓기는 그것이 세습을 위한 것이든, 일류로 새로운 진입을 위해서든, 비민주적이고, 탐욕스럽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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