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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민족과 종족

장수익 한남대 국어문화원장·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입력 2019-08-28 17:06   수정 2019-08-29 17:03
신문게재 2019-08-30 23면

장수익
장수익 한남대 국어문화원장
종족과 민족은 얼핏 보기에 비슷한 말 같다. 사전에도 종족은 '조상이 같고 같은 계통의 언어, 문화 등을 가지는 사회 집단'으로, 민족은 '일정 지역에서 오랜 세월 공동생활을 하고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형성된 역사적인 사회 집단'으로 나온다. 그러나 종족은 사람 외에 생물 전체에도 쓸 수 있는 반면 민족은 사람에 대해서만 쓰는 말이다. 이는 종족이 민족보다 비역사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알려준다.

민족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말이다. 민족이라는 말이 중시된 것은 봉건 제국이 해체된 근대 사회 이후이다. 이는 자본주의 하에서 정치 경제적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민족 개념을 근거로 단일 사회를 이루어 경쟁에서 이기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대 사회 이전의 자연 발생적인 공통 조상의 집단은 종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근대 사회 이후의 어떤 민족을 종족으로 부르는 것은 그 민족이 역사적으로 뒤떨어졌다고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반일종족주의'라는 말에도 비하적인 함의가 있다. 한국의 반일민족주의는 근대라는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한, 따라서 민족주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말을 쓴 이들이 반일민족주의를 샤머니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보면 반일민족주의에 대한 혐오가 깊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그렇다면 반일종족주의를 내세운 근거는 무엇인가. 그 핵심은 문서 기록을 중시하는 실증주의적 연구 방법에 있다. 당시의 자료를 보니 일제 식민통치가 우리 민족을 발전시켰으며, 특히 일본군 성노예나 징용 노동자 문제는 당시에는 자발적이었음에도 후일 강제적인 것으로 뒤바꾼 것이었고, 따라서 반일민족주의는 종족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록은 과연 진실일까. 무엇보다 일제의 기록과 배치되는 수많은 피해자의 기억과 증언이 있다. 하지만 기록을 중시하는 그들은 그 기억과 증언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징용 노동자 문제를 보면 계약을 맺고 징용을 갔던 것은 기록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기록만 믿으면 징용 노동자와 1980년대 중동의 건설 현장에 파견된 노동자가 비슷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군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사이판에 비행장을 건설하러 자유의사로 갔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 계약이 강제 계약이었는지 아닌지가 중요한데, 이때 일제가 남긴 기록만 믿어서는 안 된다. 배치되는 기억과 증언이 있다면 그 또한 중시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관점에서 유리한 것은 자신들이 남긴 기록만을 근거로 식민지배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반일종족주의의 주장이 일본의 관점과 유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기록을 남길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의 처지에서 기억과 증언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한 마디 덧붙일 것은 반일종족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이 숭앙하는 이승만에 대해서다. 정략적인 것이든, 신념에 의한 것이든 이승만은 자신을 떠받들었던 친일세력과 달리 반일정책을 고수했다. 그 반일정책은 과연 반일종족주의가 아닌지 묻고 싶다.

장수익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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