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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시련과 축복

정용도 미술비평가

입력 2019-09-02 08:38   수정 2019-09-02 10:01
신문게재 2019-09-03 23면

정용도
정용도 미술비평가
반일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덧 2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일본으로의 여행을 자제하고 일본 제품의 구매를 중단했다. 반일 불매운동은 갑작스럽게 시작 됐지만 일본의 정치와 경제 분야에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수출금지조치를 내렸던 아베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부품 국산화 행보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고, 우리는 여행 수지나 정치적인 분야에서조차 일본이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1960~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가 중소기업의 생존에 관한 문제였다. 대기업 자본의 힘 앞에 기술을 강탈당하고 망가지거나 질곡과 같은 하청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항상 적자를 감수해온 다수 중소기업의 존재는 한국 경제 구조의 부정적 측면을 언급할 때 언제나 지적되는 주요 문제였다. 일본 아베 정권의 이번 대한민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보도되었을 때 사실 대기업의 운명에 관해서는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첨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금을 수백조 원씩 쌓아놓고 있는 거대 기업들이 망하기는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2017년 기준 한국 경제에서 거의 90%의 종사자와 99%의 기업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악영향이 올 것이라는 염려가 훨씬 컸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그들의 산업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지금의 사회경제적인 분위기는 그런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듯 보인다. 이런 면에서 일본의 공격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과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21세기 한국 첨단 산업의 가치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해진다.



형태심리학에서 전체는 부분의 총합 이상이라는 말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고품질 부품의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생산과 공급의 선순환구조가 정착하게 되면 경제적인 상승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예컨데 한국의 대기업에 납품할 정도의 품질을 지닌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들은 국내 대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축된 판매구조는 자연스럽게 회사를 성장시켜주어 결과적으로 한국 중소기업 생산품들의 글로벌한 시장 확대를 가속화시켜 줄 것이다.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600달러였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공격을 이겨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구조를 구축한다면 5년 안에 분명히 일인당 국민소득 5~6만 달러를 상회하는 몇 안 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위기는 변화를 가져오고, 변화는 새로운 기회와 도약의 출발점이었다. 외부의 공격에 의해 깨달음을 얻고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구축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역사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시련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축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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