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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기술력과 국산화로 극일(克日)해야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입력 2019-09-09 10:57   수정 2019-09-09 10:57
신문게재 2019-09-10 23면

이동구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요즘 언론을 보면 친일(親日)과 항일(抗日)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네편 내편으로 편 가르기하는 이분법은 국익(國益)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익은 말 그대로 국민 전체의 이익이다. 어느 한편의 부분 이익이어선 안 된다. 어느 집단에서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면 무엇보다 네편보다 내편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편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소리만 시끄럽고 요란하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따른 경제보복을 가하면서 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했다. 너무 화가 난다. 하지만 국민감정을 항일로 몰아넣어 정치적 이득을 노린다면 방향이 너무 틀어진 거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연코 극일(克日)이다. 그동안 왜 극복을 못했는지 그 원인부터 따져야 한다. 왜 최종재 산업만 키우고 소재·부품산업은 발전하지 못했는지? 왜 대기업은 제2, 제3의 공급기업을 준비하지 않았는지?

정부는 "수출제한 100개 핵심 품목에 집중 투자해 5년 안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면서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대책'을 내놨다. 이를 위해 기업들에게 재정지원과 세제혜택, 규제완화 등의 유인책을 제공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도 구축할 계획이란다. 이번엔 제대로 하자.

국민들은 일본의 행위에 크게 분노했고, 정부는 극일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극일은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숨죽이고 인내하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재산업 육성에 5년이 걸린다면 그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놓고 칼을 갈면 오히려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사실상 유일한 극일 대책은 기술력을 키우는 거다. 국내 소재·부품산업을 육성해 일본 제품을 대체하면 된다. 국내 기술력을 키우고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이 극일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기업경쟁력이 곧 국력이다. 기업이 제대로 일 좀 할 수 있게 놔두자.

일본이나 미국의 대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소재시장을 뚫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대기업이 혁신기업을 이끌어 줘야 한다. 이는 대기업이 중소 소재업체에 투자하고 해당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 정부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그동안 국내 소재산업이 크지 못한 건 대기업이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왔기 때문이다. 소재업체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무작정 대기업 지원을 늘리면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결연하게 극일 의지를 다졌지만 중장기 대책만 있을 뿐 단기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은 일본에서 사왔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국내 업체들로부터 단가를 낮춰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선 국내 중소기업들이 혁신할 여력이 없다. 지금은 대기업들이 분위기에 편승해서 잠깐 협력한다 해도 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탈취를 막을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말 극일하려면 상대가 꼼짝 못 하도록 기술경쟁력을 키우고 국산화율을 높이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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