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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다문화]누구를 위한 제사인가

박종구 기자

박종구 기자

  • 승인 2019-09-18 10:52

신문게재 2019-09-18 9면

명절은 대부분의 주부들에게 있어 스트레스 그 자체라고 생각하며 나도 그것에 공감한다.

현재 나는 한국에 온지 벌써 10번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 다른 생활이 어렵고 어색했지만 재미있고 좋았다. 그렇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여러 문제가 생겨났고,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는 바로 제사다.



나의 고향 몽골에는 제사가 없다. 대신 돌아가신 분을 잊지 않고 일 년에 한 번씩 절에 가서 다시 태어날 때 좋은 곳에 가라는 마음에 기원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주고 야생동물들에게 음식을 준다.

그런데 한국은 명절인 설날, 추석을 비롯한 제사 날에는 돌아가신 조상님께 정성을 다한다는 뜻으로 음식 준비를 하고 절을 한다.

그런데 현실은 남편의 조상을 위한 제사 준비는 여성 분들이 한다. 장을 보고, 음식 준비도 하고 제사상도 다 차려야 한다.

'우리 조상은 내가 다 모시고 있어'라고 말하지만 사실 남자들은 절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뒷정리 설거지도 여자 분들이 다 한다. 분명 남편의 조상님인데 왜 여성들이 이러한 일들을 다 해야 할까?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는 몇몇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여성 친구들 역시 명절날이 제일 싫다고 한다. 온 가족들이 모여서 남편은 친척들 하고 오손도손 놀고 한국 며느리들은 친정집에 갈 수 있다.

그런데 먼 나라에서 온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다. 언어의 장벽과 친정을 갈 수 없는 물리적 거리가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우울하고 외롭게 보낸다.

보다 힘들게 음식준비를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고생한 아내와 며느리에게 위로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돌아가신 조상을 생각하고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명절과 제사를 누군가의 슬픔과 고민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동물에게 음식을 주는 등 나라마다 집집마다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누구를 위한 제사인가? 돌아오는 추석에는 온 가족들이 서로 도와주면서 제사 음식을 준비하거나 명절이 끝나고 고생했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 보자. 명예기자 윤지희(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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