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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도시의 얼굴

노황우 한밭대 교수

조훈희 기자

조훈희 기자

  • 승인 2019-09-22 09:28
노황우
노황우 한밭대 교수
우리는 도시이미지를 떠올릴 때 거리를 걸으며 보이는 수많은 간판과 높은 건물,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 늘어선 차량 같은 것들로 기억한다. 활기차고 건강한 미소를 가진 사람들과 깨끗한 거리, 멋진 건축물과 조화로운 간판은 매력적이고 좋은 도시 이미지를 갖게 된다.

특히,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나고 많이 보게 되는 간판은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도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도시의 얼굴은 어떠한가? 가독성을 넘어 과시적으로 큰 글자와 필요 이상의 광고 문구가 새겨진 간판은 건축물을 가린지 오래됐고 밤이 되면 거리엔 경쟁하듯 무분별하게 내건 불법 광고물이 넘치고 있다.



도시가 아름답지 못하게 변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도시정비 사업으로 규격화된 새로운 간판디자인으로 규제하며 개선, 재정비해 기존 간판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도시를 가득 메운 큰 글자의 조명 간판과 도롯가에 늘어선 현수막들은 여전히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각적 공해를 유발하고 있다.

우리는 초고속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 간판으로 상점을 홍보하거나 찾던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 검색과 SNS를 통해 상점을 홍보하고 인터넷 지도를 통해 상점을 찾아간다. 간판이 안 보이던 뒷골목도 인터넷을 활용하면 장사를 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지고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간판을 영구적으로 규제할 방법은 뜻밖에 간단하다. 간판의 크기 즉, 글자 크기와 글자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필요한 크기로 간판을 제작할 것이고 과도하게 큰 글씨나 지나친 광고 표현도 자제할 것이다.

간판 제작도 아름답고 고급스럽게 할 것이며 비조명보다 조명을 비싸게 하면 불필요한 전력 소비도 막을 수 있다. TV에서는 보기 싫은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지만, 도시에서의 간판은 매일 볼 수밖에 없다.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다면 광고비를 제대로 받고 도시 환경에 재투자하는 것이 맞다.

지자체에서 설치한 현수막 게시대도 도시 경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 교통정보 방해와 태풍 발생 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게시되는 내용도 일반 기업홍보나 대출알선 등 공익적이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불법 현수막을 양성화하고자 설치됐지만, 다시 늘어나고 있어 기능도 의심받고 있다.

이제, 줄이거나 철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안전이나 공익성과 관련한 현수막을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관공서와 정치권에서 제한적 현수막 사용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지자체는 도시미관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수막 사용을 제한하여 쾌적한 도시환경을 시민에게 돌려줄 책임이 있다.

많은 도시는 큰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좋은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도시의 이미지는 방문객을 꾸준히 증가시켜 도시를 발전시키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쾌적한 환경은 간판과 같은 작은 이미지의 변화에서 시작되며, 이는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미소를 주어 매력적인 도시의 얼굴로 완성될 것이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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