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모바일의 진화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19-10-07 15:53
  • 수정 2019-10-07 15:53

신문게재 2019-10-08 22면

이재만
이성만 배재대 교수
모바일을 들고 있지 않은 손,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핸드폰은 갈수록 작고 얇다. 미적인 아름다움마저 따진다. 이제 모바일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모바일이 세상에 얼굴을 내민 때는 1983년이다. 휴대폰의 원조가 출시된 당시 가격은 4000달러에 육박했다. 물론 대화상대자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값비싼 이 '세공품'에 선뜻 투자할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으니까. 발명가 마틴 로렌스 쿠퍼는 '스타트랙' 영화에서 그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휴대폰이 현재처럼 작아진 때는 1996년부터였으니 20년 정도 된 셈이다. 이때부터 휴대폰이 우리 인간을 노리기 시작했다. 서구인들은 그 생김새가 쥐와 비슷해서 '햄스터'라고도 했다. 이 '햄스터'는 전람회의 품목은 아니었지만, 의사들은 휴대폰 방사물질이 청력과 두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동료들을 대상으로 시험도 했다. 그때부터 휴대폰은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징물의 하나로 치부되기도 했다.

독일 뮤지션 랄프 휘터와 플로리안 슈나이더가 1970년 결성한 록밴드 크라프트베르크('발전소'의 뜻)는 일렉트로 팝의 선구자다. 그들의 음악작품은 테크노 팝, 일렉트로 펑크, 디트로이트테크노 같은 수많은 음악장르를 넘어 힙합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7년 뉴욕타임스는 이 밴드를 '일렉트로 댄스뮤직의 비틀즈'라고 치켜세웠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는 '일렉트로: 크라프트베르크에서 다프트 펑크까지'라는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다. 아무튼 당시의 컴퓨터는 1-2평 정도로 컸고, 휴대폰은 퓨처뮤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크라프트베르크는 앨범 '아우토반('고속도로'의 뜻)'을 순수 전자적으로만 제작하였기에 뮤지션이라기보다는 기계기술자를 자처한 셈이다. 지금까지 그들은 로봇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일렉트로 팝 대신 어디서든 낯선 사람의 시끄러운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휴대폰 사용자들은 자기네가 세상에 혼자 있는 줄 착각하기도 한다. 영화제작자 스테판 콘스탄티네스쿠는 단편영화에서 이런 일상을 비유했다. 영상 속의 남편은 엄청난 위협에 직면한 상태이지만, 남편 옆의 부인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근래에 '인간추적이란 예술프로젝트가 있었다. 이 설치예술은 해킹당한 스마트폰의 비디오 시퀀스를 시연한 것이다. 카메라와 마이크는 소유자들의 허가 없이 원격조종으로 작동된다. 독일 예술가 플로리안 메너트는 익명의 누군가가 공용 WiFi망을 통해 전송되는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트리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스마트폰은 감시도구가 되고 방문객은 관찰자가 된다. 설치 비디오는 해킹된 42개의 스마트폰 시퀀스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 동안 모바일은 햄스터에서 핸드폰을 거쳐 스마트폰까지 진화했다. 외관에는 버튼이 사라지고 멀티 터치스크린이 '스마트하게' 자리 잡았다. 단순 통신수단을 넘어 세상의 모든 것을 누리는 매체로 진화했다. 이제는 카드나 열쇠도 필요 없다. 언제 어디서나 NFC 지원 스마트폰만 있으면 해결된다. 게다가 미래의 모바일은 SF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트라이코더처럼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결과에 따라 예방이나 치료도 가능할 것이다. 모바일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음은 모바일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 문제는 모바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모바일의 오늘과 미래가 이처럼 우리의 삶과 밀접함에도 대학은 '모바일'에 특화된 (교양)강좌 개설에는 인색하다. 가칭 '모바일학'에 관련된 기술공학적, 인문·사회학적, 예술·미학적 관점들을 통섭의 관점에서 조망 가능한 강좌들은 모바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할 새로운 이슈들에 대처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성만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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