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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라투흐엉씨 결혼식 이야기..."하얀 면사포, 드디어 꿈을 이루었어요."

박태구 기자

박태구 기자

  • 승인 2019-10-16 14:07

신문게재 2019-10-17 11면

합동결혼식
하얀 웨딩드레스에 면사포를 쓴 신부,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모습이다. 하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제때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라투흐엉 씨도 그중 한 사람으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식 하던 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설렌다고 말하는 라투흐엉 씨, 그녀의 결혼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라투흐엉 씨는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제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늘 아쉬웠다. 종종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남편과 결혼식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며 행복에 젖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자신도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리라는 꿈을 마음속에 품었다. 그러다 방문교육지도사 박영애 선생님의 추천으로 (사)대전시 결혼예식업운영자협회(대표 박희삼)가 주관하는 무료 합동결혼식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더 반가운 것은 모든 결혼 비용이 무료라는 것이다. 결혼식 비용 걱정 없이 결혼식을 할 수 있게 되어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지난 8월 18일 일요일 낮 12시, 드디어 결혼식 날이 되었다. 결혼식이 열릴 선샤인호텔 웨딩홀에 아침 일찍 도착해야 했다. 온 가족이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을 떨었다. 흐엉 씨는 전날 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가슴이 벅차올라 잠을 거의 잘 수가 없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딸에게 하얀 원피스를 입혔다. 1살 된 아들은 여동생에게 맡겼다.



예식장에서 신부 화장을 마치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라투흐엉 씨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신부가 되었다. 까만 턱시도 차림의 남편도 세상에서 제일 멋진 신랑이 되어 있었다. 예복을 차려입은 7쌍의 부부들 사이에 나란히 서서 신랑신부 입장을 기다렸다. 라투흐엉 씨 부부는 세 번째로 입장하게 되었다. 보통의 결혼식과 다르게 신랑, 신부가 나란히 입장하는 이색적인 모습에 하객들의 축하 박수가 쏟아졌다.

라투흐엉 씨는 식장을 가득 메운 하객들의 모습에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려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예식홀 동그란 테이블에는 구청 관계자, 대전시 결혼예식업협회 관계자, 다문화센터 직원, 신랑신부 가족과 친지, 친구 등 500여 명이 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결혼식에 앞서 베트남 전통춤 공연이 펼쳐져 많은 사람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결혼식의 시작을 알리는 화촉점화는 편의상 신랑, 신부 부모 대표로 필리핀 신부 어머니와 한국 신랑 어머니가 맡았다. 신랑, 신부 소개가 이어졌고 여기저기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주례사가 이어졌다. 주례는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이 만났지만 서로 이해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기'를 당부했다.

예식이 막바지에 이르고 신랑, 신부는 가족 친지들과 사진 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라투흐엉 씨는 아기 분유 먹을 시간이 되어 아기가 숨넘어갈 듯 우는 가정이 있어 그 부부에게 앞 순서를 양보했다. 라투흐엉 씨의 아들도 엄마를 보고는 울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못해 라투흐엉 씨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다들 자녀를 낳은 후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일본 등에서 온 신부를 아내로 맞은 신랑들의 모습이 참으로 늠름해 보였다. 사진 촬영 후 뷔페식당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제대로 끼니를 챙길 수 없었기에 라투흐엉 씨는 푸짐하게 차려진 뷔페 음식을 맘껏 먹었다.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마음속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어깨 위로 행복의 무지개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도움: 라투흐엉(베트남)

리이자우쥐(중국), 박영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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