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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온고지신

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입력 2019-10-21 10:22   수정 2019-10-21 10:22
신문게재 2019-10-22 23면

반극동
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대전에 살고 있으면서 모든 면이 좋은데 딱 한 가지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아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에선 아파트가 계속 오른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컸다. 그런 대전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도안신도시, 도룡동 스마트시티, 둔산동 크로바, 목련아파트와 주변, 중구의 센터럴자이까지 단숨에 뛰어오르고 있다. 세종시 규제에 반사이익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전이 뜨기 시작한 것이다. 신규분양가는 오르고 청약률은 치솟았다. 더구나 대전엑스포공원에 들어설 43층 규모의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가 지난 5월에 착공에 들어가면서 이 지역과 인근 둔산동 지역까지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많이 오르는 아파트는 대부분 분양아파트다. 둔산동 정부청사 옆 우리 아파트는 2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3.3㎡당 1000만 원 수준이다. 새 아파트를 선호해 최근 대전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재개발·재건축으로 원도심인데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높다. 대전 둔산지역의 아파트는 1990년대 지어진 것으로 2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헌 아파트 축에 들어가니 마음 한구석 쓸쓸하다. 아파트의 수명을 기본적으로 50년을 잡지만 외국엔 100년 넘은 아파트도 많다. 2002년 프랑스를 갔을 때 현지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80여 년이 지난 아파트였는데 깨끗했다. 놀란 것은 이 아파트 가격이 3.3㎡당 3000만 원이 훨씬 넘었다.

오래된 것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는 낡고 철이 지나 못 쓰는 것과 골동품으로 값이 나가서 좋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낡고 철 지난 것으로 취급돼 헐고 새로 짓거나 산다. 건축물이 그렇고 생활 도구도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오래된 것도 좋은 것이란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여름휴가를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와 인근 발트 3국을 다녀왔다.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옛 소련연방에 속했다가 1990년대 초반에 모두 독립한 나라들이다. 이들 세 나라는 인구가 적고 인접 열강들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중세부터 계속 인근 힘센 나라에 지배를 받아왔다.

세 나라를 다녀보면 새것은 찾을 수 없고 대부분 200년보다 훨씬 앞선 300~500년 전의 건물들이다. 심지어 800년 전의 건축물도 있다.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린은 중세풍의 건물과 성벽으로 '발틱의 여왕'이라는 불리는 도시다. 인근엔 1300년대 건축물인 합살루의 대주교성이 있다. 라트비아수도 리가는 14세기 때 지은 3형제 건물, 리가성, 피터성당, 화약탑이 아직 있다. 1730년대 지은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한 룬달레성, 600년 전의 도시 카우나스 시가지,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누스, 옛 수도인 트라카이성 모두 중세시대 건축물들이다. 대부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으며 오늘날 관광객을 맞아 다시 빛나고 있다.

대전에도 요즘 원도심 활성화로 옛 건물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카페나 음식점 위주로 살아나고 있지만 1900년대 초의 시가지와 옛 산업은행, 충남도청, 대전여중 강당, 도지사관사 등과 같이 오래된 건물을 되돌아봐야 한다. 오래된 것이 더 비싸지는 시대가 왔다. 그런 건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명품과 맛집이 그렇다. 금방 태어난 명품과 유적지는 없다. 옛것을 보고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이다. 대전의 아파트도 균등하게 올랐으면 좋겠다. 또 원도심이 발트 3국의 구도심처럼 옛것을 찾아 많은 관광객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오래된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옛 건물과 유적들을 더 잘 보수 관리하고 보존해야 한다.

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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