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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계절

현옥란 기자

현옥란 기자

  • 승인 2019-10-23 10:10

신문게재 2019-10-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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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바야흐로 감기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 아이들은 이미 감기와 반갑지 않은 만남을 가졌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감기를 달고 살던 아이들이지만 '올해는 한 살 더 먹었으니 좀 덜 아프겠지'라는 작은 희망과 함께 독감예방접종으로 겨울맞이 준비를 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자연이 부여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바이러스와 질병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올 가을은 유난히 강하고 잦았던 태풍들과 더불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와 유럽 일부지역의 풍토병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이 질병이 처음으로 발생해 확산되면서 올 들어서는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 등 아시아 지역내 급속도로 번졌다. 한반도도 피해갈 수 없었다. 올해 5월 30일에는 북한이, 국내는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병됐다.



아메리카대륙을 제외한 전세계 20여개국에 몰아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폐사율이 100%에 가깝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후 돼지사육 수가 2억 마리 가까이 줄었다. 직접적인 손실 규모도 1조 위안(약 168조 32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1131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데, 치사율이 높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양돈농가의 피해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정부가 전투적으로 방역활동을 나설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겨울을 앞두고 조류인플루엔자(AI)도 심상치 않다. 아산에서 올 처음으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됐다. 고병원성 AI는 2003년 말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뒤 거의 매년 겨울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해왔다.

구제역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AI는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7회, 구제역은 같은 기간 8회에 걸쳐 발생했다. 구제역은 우리나라에서는 1911년 처음으로 발생했지만 2002년 11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8년 후인 2010년 최악의 구제역 사태가 터졌다.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소, 돼지, 염소 등에서 구제역이 창궐해 이때 347만 마리가 넘는 가축들이 땅에 묻혔다.

가축들 살처분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제역 살처분 비용으로 총 2조 9566억원이, AI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895억원이 쓰였다.

AI는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고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AI에 감염되면 약 10일간의 잠복기 후 발열을 동반한 기침, 인후통 등 감기와 비슷한 호흡기 증상을 보이고 심할 경우 폐렴으로 진행돼 호흡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로 인한 인체감염 우려는 극히 낮다. 하지만 감염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접 감염 가축을 다루거나 감염된 우유를 섭취할 경우 피부의 상처나 점막을 통해 감염될 위험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명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사람은 걸리지 않는다고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지만, '돼지독감'으로 불렸던 '신종플루'의 대유행을 경험했던 국민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식탁 위에 놓인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보는 주부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현옥란 편집부장

현옥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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