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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진실이 사라지는 세상! 당신의 선택은

신천식 행정학 박사. 도시공학박사. 신천식의 이슈 토론 진행자

입력 2019-10-28 10:43   수정 2019-10-28 10:43
신문게재 2019-10-29 22면

신천식
신천식 행정학 박사
상식과 통념이 사라진 사회가 도래했다. 세상에 실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존은 혼란의 원인이고, 신념에 따라 가공되고 조작된 진리는 도처에서 출몰하여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신념에 따라 진실 또한 사라진다. 인간의 관심은 자기 자신과 사소한 일상에 머물러, 더 큰 범위의 사고와 장기적 안목이 요구되는 공동체와 국가의 문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대중의 권력 감시기능은 소멸되고 무한대의 자의적 권력행사가 가능해지는 교활한 지배자와 무지몽매한 대중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거짓을 조장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권력의 실체를 대중은 알 수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제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이하고 선동과 기만을 도구로 하는 전제주의의 거대한 덫이 모두에게 드리워진다. 분권화된 미국식 민주주의의 매력에 빠졌던 토크빌이 살아 돌아온다면 평등사회를 넘어 자기만의 시대를 맞이한 21세기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소설가들이 그려내는 상상의 세계보다도 훨씬 극적이고 긴장을 주며 반전도 있으며, 경악과 희열까지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분노를 유발시키고 ,응징과 처벌을 소환하지만 현실이라 믿기에는 황당하거나 섬뜩하거나 어이가 없어서, 혹은 간섭하려는 의지나 역량이 부족해, 의식 속에서 밀어내거나 지우고자 무진 애를 쓰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 자위하거나 회피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고 이 시대의 모습이다.

1970년대 들어 급부상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자기 몰두, 자기만족, 자기관심에 관한 추구와 갈증 채움이 욕구의 최우선순위로 인정되었으며 자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이기적 개인주의자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현실세계에서 마주하는 일상적인 관심의 내용과 범위를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원인중 하나는 현실을 바라보는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원리가 적용되는 적대적이고 위험한 세계관을 들 수 있다. 자기몰입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와 내용에만 관심을 집중하여 삶의 안정감과 만족감을 높이자는 현실 도피형이며 자기중심적 사고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호황에 따라 여가시간과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대중의 요구가 자아실현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수용하게 된 점이라 할 수 있다. 버려지고 무시되었던 자아를 다듬고 모셔서 고상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것이 인간의 성숙과 발전의 최종 목표라는 믿음이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된 점이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져서 포장한 자아의 횡포와 함께 자기 자신을 구경거리로 삼아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욕구로 전이되고 확장되었다. 때 마침 등장한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소셜 미디어가 이러한 욕구발산을 부채질하기에 이르러 드디어 새로운 시대 트랜드가 되었다. 자기중심의 시대는 내가 가진 생각이 중요하고, 나 자신이 소중하기에 객관적 진실은 무시되거나 의도적으로 배제하게 되었다. 지식보다는 의견이 중요해지고, 이성보다는 감성이 우선이고, 진실보다 도 느낌이 찬양받게 되었다. 나는 나와 의견이 같은 사람과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교류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과의 동질성과 일체감을 확장하는 과정을 통하여 존재감을 확인하고 자부심과 긍지를 얻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우대받으며 정상적인 사람의 판단기준이 되었던 상식과 통념이 설 자리는 후기 모더니즘시대에는 점점 좁아져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근시안적이며 지엽적인 자아실현에 치중해서 공동체에 관한 시민의 책임을 저버리거나 망각하는 경향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서구 문명권에서 일반화된 경향이 되고 있다. 토크빌이 지적했던 사적 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자아실현의 쾌락에 빠져든 미국인의 성향이 한국인의 특성이 되고 있으며, 자칫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을 약화시켜 통치자들의 부드러운 전제정치에 이르는 길을 쉽게 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현실이 될 수 있다. 개인 만능주의 사회에서 일상의 삶에 제공되는 사소하고 주요하지 않는 즐거움에 자기 자신을 맡긴다는 것의 위험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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