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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칼럼]과학을 위한 변명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입력 2019-10-31 16:17   수정 2019-10-31 16:17
신문게재 2019-11-01 22면

정영욱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우리는 일상에서 '과학기술'을 하나의 단어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그만큼 과학과 기술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과학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즉 과학자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과학자를 크게 둘로 구분하면, '과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해 자연과 인간을 탐구하는 사람'과 '과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해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를 만드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가 과학이고 후자가 기술이다. 이렇게 나눠보면 확연하게 다르다. 그리고 과학자는 공통적으로 과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한다.

필자는 박사 과정 마지막 해에 결혼을 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보니, 갓 결혼해서 타지에서 적응하느라 애쓰는 아내에게 미처 마음을 쓰지 못했다. 당시 아내는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고, 그럴 때 필자는 어렸을 때 동경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행히 아내는 그 이야기에 잠을 청하곤 했다. 필자가 일상생활에서 과학자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몇몇 기억 중 하나다. 과학이 기술로 구현된 수많은 발명품들, 이기(利器)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과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양의 정보와 심지어 상반된 의견들에 실시간으로 노출된다. 심지어 그 중에서 많은 것들은 그럴듯한 근거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일은 과학자들에게 몹시 익숙한 일이다. 단지 실생활에서 접하는 정보는 실험실 데이터보다 훨씬 복잡하고 조건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는 단편적이지도 일회성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일정기간 동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주의를 기울이다보면 다양하게 나타나는 복잡한 정보 속에서 서로 연관성을 가지는 본질적인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기본적인 과학적인 방법론만으로도 치명적인 위험요소들은 제거할 수 있다. 정작 과학적인 결정을 방해하는 것은 방법론이 아니라 심리적 요소들이다. 우리가 잘못된 결정과 선택을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욕망'과 '두려움' 같은 감정들인 것이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감정적인 요소들을 제어할 수도 있다. 이는 오랜 기간 전문적인 수련을 통해야 이룰 수 있는 경지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객체화해 관찰하고, 외부에 반응하는 감정의 패턴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면, 의외로 전문적인 수련과정 없이도 객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반복적인 오류를 범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가 현격히 낮아질 수 있다.

필자는 과학은 우리 삶과 문화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움직이는 판단과 결정에서 비과학적인 요소는 우리를 힘들게 하고 더 나아가 위험에 빠트린다. '욕망'과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덜어내고 객관화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려면 조금이라도 '덜 나쁜'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나쁘다는 논리에 묻히면 그나마 개선의 희망도 사라진다. 다른 생각과 사상을 가진 사람들과도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고 나아가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내려면, 먼저 상대방과 함께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식과 논리체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마주보고 앉아 소통하고 궁리해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여기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거대한 열망에 대한 과학의 역할과 기여가 있다.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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