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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충남대 몰카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김명주 충남대 교수

입력 2019-11-04 10:02   수정 2019-11-04 10:02
신문게재 2019-11-05 22면

김명주-충남대-교수
김명주 충남대 교수
충남대에서 몰카 사건이 발생했다. 3개월 계약직 연구교수가 불특정 다수 여성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을 하다가 걸린 것이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의 계약을 즉시 종료하고, 그가 계약직인 까닭에 성인지 관련 교육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 뉴스는 10월 31일 저녁 전국규모 방송을 타고 널리 퍼졌다.

최초 나의 반응은 "나도 찍혔겠구나"였다. 참으로 황당하고 민망했다. 벌써 오래전부터 화장실 몰카 사건이 수차례 터진 이후, 화장실에 들어갈 적마다 주변을 살피고, 으슥한 곳에 있는 화장실은 아예 들어가지도 않는다. 몰카에 대한 공포는 현대 한국에 사는 여성들이라면 모두가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실체적 피해다.

몰카를 설치하는 못난이들의 무지, 무감각, 공감능력의 마비는, 분노를 느낄 대상조차 못될 정도로 한심해 보인다. 신체/언어적 접촉에서 발행하는 성추행이나 성희롱도 추잡하지만, 몰카는 단순히 몰염치 야수성을 넘어, 몰인격적 좀비를 연상시킨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이제까지 몰카의 가해자는 주로 학생, 회사원이다. 그런데, 철없는 학생이 아니고, 지식인 성인 연구교수의 몰카라니, 그래서 이번 사건은 충격이 더 크다. '지식인의 성희롱'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1997년 페미니스트 계간 문학잡지 "이프"의 창간호가 용감하게 폭로했었다. 예술을 빙자하여 여성에 대한 타자화, 여성에 대한 성추행과 성희롱을 서슴없이 저지른 작가들과 영화계인사들을 속 시원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2018년 미투 운동은 위계를 이용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지식인과 유명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번엔 지식인의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아니라, 지식인의 몰카 사건이다. 이번 연구교수의 몰카 사건은 젠더감수성과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교육정도와 상관없이 여전히 '몰인격적 좀비' 수준일 수 있음을 슬프게 증명해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교수들은 전문가집단이긴 하지만, 실은 더 이상 '지성'과 '도덕성'의 담지자는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박사'가 '만물박사'가 이 아니라, 좁고 세밀한 분야 지식의 전문가임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특정한 분야를 세밀하게 집중하다보면 전인격성이 망가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항상 특정사건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과 동일직종에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 현상이 될 수는 없지만, 그 특정사건이 미래 일반적 현상이 될 잠재적 가능성을 내포하는 일종의 정점적 사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교육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몰카 사건의 30대 해당교수는 충남대에서 학부를 마쳤으니 어쩌면 내 수업의 학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성을 비롯하여 소위 사회에서 타자화된 사람들에 대한 공감, 배려, 존중을 내가 제대로 가르쳤더라면 그는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선생으로서 학생을 잘 가르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대학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가 계약직이라 성인지교육 대상이 아니었고 지체 없이 해고했기 때문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당국이 평소 페미니즘, 공감, 다양성 관련 프로그램을 더욱 적극적으로 운영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충남대뿐만이 아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인식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지식은 스무번쯤 들어야 비로소 내면화된다고 한다. 일 년에 한번 온라인교육으로 타자화된 존재들을 존중하도록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한 학기 내내 읽고, 토론하고, 써봐야 비로소 인식이 바뀐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에서 대학의 교양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이고,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은 '타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한다. 교양교육이 전공기술교육에 밀려 이대로 간다면 몰인격적 좀비 같은 전문인을 양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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