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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도시에 대한 이해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9-11-11 08:46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도시라고 한다. 농경사회에서 마을을 이뤄 사는 것으로도 물질적 필요와 사회적 유대를 갖추기에 충분했을지 모르나, 인간은 모여 삶에 따른 편리를 극대화해 거대한 도시를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그 규모가 점점 커져 이제는 편리보다는 불편이 도시생활을 성가시게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더 큰 곳에는 더 많고 더 좋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욕망이 낙오에 대한 불안과 함께 우리를 꼼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상 최초의 도시라는 곳들은 현재로써 추정하고 유적으로 흔적을 확인할 뿐,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남아있는 곳은 없다. 도시는 촌락이 자연스레 커져서 만들어졌던가 아니면 권력자에 의해 어느 한순간 건설되는 운명을 따랐는데, 대부분의 큰 도시들은 후자에 속한다. 소위 자연발생적인 도시도 원도심만 유기적인 형태를 이룰 뿐 나머지는 계획된 도시로서의 직선적인 도로망이 주를 이룬다. 도시가 커지는 동안 인류의 새로운 발명품인 마차와 자동차가 등장한 결과다.

도시는 어느 순간 확정된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 곤충이 변태하듯 필요에 따라 변모한다. 탈바꿈이 기존 도시에서 가능할 때는 공간을 조작하고 바꾸지만 그게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고 판단될 때에는 과감히 살던 공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 그리스인들은 물자의 보충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되면 인근 또는 바다 건너 신도시를 만들어 이주했다. 로마인들은 정복한 도시 근처에 병영을 만들어 관리하다가 제대군인들로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현대에 들어 늘 신도시를 만들어 왔다. 도시로 몰리는 인구를 거주시키기 위해 목표인구를 정해가며 만들다가 이제는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고 지방도시를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신도시를 건설한다. 어느 사이 신도시를 만드는 기술이 노하우가 되어 다른 나라들에 진출하고, 자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스마트도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그러는 사이 신도시를 만드는 일에 지긋지긋해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너무 쉽게 터전을 버리고 삶보다는 부가가치에 눈먼 행태를 지적한다. 원래 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유대를 포기하고 산뜻함과 기대가치에 몰두하는 선택을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마는, 남겨진 공간에 대한 애착과 염려가 새로운 공간을 개척하는 일만큼이나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공감 가는 대목이다. 고쳐서 쓰기보다는 버리고 새로 사는 일이 도시공간에서도 펼쳐지고 있어서 빈집과 범죄환경을 걱정한다.

새로 개척하지 말고 고쳐 생활하자는 도시재생이 운동과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아예 지금 이대로 외에는 아무것도 손대지 말자는 극한 주장도 고개를 든다. 때로는 환경보존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미래세대에 물려줄 환경을 고민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기만 할 것인가? 미래학자 ‘하워드 쿤슬러’라는 사람이 말하길 인간은 역사상 획득한 편리를 결코 포기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도시는 어찌 됐건 인간이 편리를 위해 선택한 결과이며 여전히 앞으로도 그 편리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지난봄 파리의 노틀담 성당이 화재로 세계가 경악했다. 그럼에도 조만간 노틀담 성당은 예전 모습 그대로 복구될 것이다. 불에 탄 종탑만이 아니어도 성당의 대부분 건축재는 최초 지어진 때의 것이 아니란다. 오랜 세월에 걸쳐 새로운 재료로 꾸준히 갈아 끼워온 결과지만 노틀담 성당의 정통성은 그렇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공간도 가치 있는 것은 지키면서 편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제때 손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개발을 반대하는 주장도, 도시가 가진 사랑스러운 가치를 돌보지 못하고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도 염려해야 하는 이 시대 도시를 바라보는 자세여야 한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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