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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학교민주시민교육 공감대가 필요하다

고미선 교육문화부장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9-11-20 23:32

신문게재 2019-11-21 23면

만세
한국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 아니다. 한 정권 내에서도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다르다. 지역·학군·경제·정치·사회적 이슈로 휘둘리는 대학입시 로드맵에 정작 대입 당사자인 학생의 목소리는 담기지 못한다. 대다수 아이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12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주체적 가치를 배울 기회를 앗아간다. 스스로 주인이 되는, 참여와 소통으로 갈등을 조율할 줄 아는 사회인으로 키우기 위해 학교의 민주적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의 첫머리에서 언급하는 '민주'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의미이며,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시민이란 곧 민주적 인간을 말한다. 비민주적인 학교 환경에서 민주적 시민을 양성할 수 있겠는가. 이런 고민에서 학교민주시민교육은 접근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대한민국은 아직도 '민주'라는 단어에 정치적 무게를 안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에 보수니 진보니 색깔을 입혀야만 하는 걸까. 공동체 생활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팽배하자 영국 정부는 학교 시민교육과 민주주의 교육 강화를 천명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영국의 시민교육자문위원회 구성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교사노조연맹 등 25개 교육시민단체가 19일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 지지·입법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민주시민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편성,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정치적 견해 교사 처벌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으로 맞불을 지폈다.

그 이면에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인헌고 사태'가 있다. 서울 인헌고에서 '반일'구호를 외치게 한 교사의 정치편향 교육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친일-반일 문제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토론해야 하는 주제가 맞다. 단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은 교사의 중립성 결여가 아쉽다. 교원의 민주적 역량강화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3월 경기교육청을 시작으로 현재 13개 지방자치단체가 학교민주시민교육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대전시 역시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덕성이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과 공감을 바탕으로 민주시민교육조례를 제정했다. 대전교육청은 올해 3월 중등교육과 안에 민주시민교육팀을 신설했다. 과 형태로 운영되는 타지역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민주시민교육, 민주시민 탐방 길, 민주시민학교 토론 동아리 등에 역점을 둔다. 대전에서 민주학교로 운영되는 곳은 만년중과 대전여고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주도해 학교문화를 바꿔나가자는 취지로 내년엔 4곳으로 확대된다고 한다.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교육부 특별교부금을 보통교부금 사업으로 전환하는 장기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 담당자들은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에 지속적인 예산을 배정하고,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 총론 개정을 계획대로 2020년 상반기에 시행하라"고 교육부에 촉구했다. 교육부-교육청-학교장-학교 구성원 모두의 민주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보수와 진보의 이념은 접어두자. 지금은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시민교육의 목표·기본원칙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할 때다.

/고미선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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