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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6시 정각 칼퇴근

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입력 2019-11-25 16:10   수정 2019-11-25 16:10
신문게재 2019-11-26 22면

반극동
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지난번 직원들의 회사생활 만족도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매주 금요일 시행하는 '가족의 날' 30분 일찍 퇴근하는 것이 단연 최고로 선정됐다. 물론 당일 30분 일찍 출근해야 하지만 직원들에겐 주말에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고 기쁨이었다. 토요일 절반을 근무하며 살았던 기성세대들에겐 쉽게 받아지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네는 정시 퇴근은 엄두도 못 내고 일했다. 당시엔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직원은 문제가 있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그뿐 아니다. 상사와 동료 간 저녁 식사와 술자리에 동석해야만 올바른 직장인의 자세라고 선배들로부터 배웠다. 그런 세대들에게 낯선 문화이기만 했다.

10여 년 전 필자는 현장 소속에서 매주 수요일을 6시 정시 퇴근의 날로 정해서 시행한 적이 있다. 평일엔 너무 잔일이 많아 시간 외 근무가 일상일 때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정시에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하자는 취지였다. 대부분 직원이 반겼고 좋아했다.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당일 오전과 퇴근 시간 전에 각각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귀하의 배우자는 가족을 위해 정시에 퇴근할 계획입니다(하셨습니다)"그런데 밤늦게 내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우리 남편이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아차, 이런 경우가 발생하다니. 미처 세심히 살피지 못한 내 책임이었다. 직원이 다른 일정이 있는지 모르고 일률적으로 보낸 문자가 탈이었다.

지난 2002년에 프랑스 연수를 갔을 때 우리와 다른 문화를 몇 가지 경험했다. 시간 외 근무는 물론 하지 않지만 바로 귀가하지 않는 날이 한 달에 2회 이상이면 이혼감이란 이야길 들었다. 매일 야근과 회식으로 늦게 귀가가 일상인 내겐 큰 충격이었다. 휴가는 여름에 한 달 이상, 겨울에 일주일 이상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여름 휴가철엔 시내가 텅 비고 휴가지의 집을 한 달간씩이나 빌려준다는 광고가 지역신문에 난 것들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프랑스 연수는 유명한 철도회사였는데 정년이 다가오는 직원 중 결혼하지 않은 싱글이 많다는 것도 그 당시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큰애가 작년에 결혼했다. 퇴근길엔 며느리보다 일찍 집에 오면 저녁 식사를 준비하거나 청소를 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다른 젊은 세대들과 비슷하게 퇴근 시간 지나서 시간 외로 일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9시 정시에 출근하고 6시 정각에 퇴근하고 싶어 한다. 17년 전 프랑스 연수 때 본 것과 지금 우리의 현실이 비슷하지 않은가? 2년 전엔 옆 부서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신혼여행을 한 달 동안 가겠다고 한 사례도 봤다. 이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이고 맞지 않는가? 50대 이상 세대에겐 여전히 이상하게 여겨진다. 우리는 아직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

얼마 전 읽은 책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세대 간 삶을 지향하는 방식과 문화적 이질감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후 6시 정각에 퇴근이 문제일까?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엔 당연히 하루 8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근로계약이 돼 있다. 이게 요즘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고 내가 잘못 알고 살아왔던 것이다. 아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이 하고 싶을 때 해주는 청소는 날 돕는 게 아니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하기까지 32년이 걸렸다. 요즘 나도 칼퇴근이다. 집에 가면 정리할 것이 있는가부터 살핀다. 이게 이전까지 잘못 알았던 것을 고치고 나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을 깨닫는다. 젊은 세대의 생각으로 맞추니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행복해진다.

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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