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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지방학’은 관제(官制) 학문인가?

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입력 2019-11-26 08:22   수정 2019-11-26 08:22

충남대 강병수 평화안보대학원장
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지방학(地方學)'은 지역주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의 특화된 발전 방향을 찾아내는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해주는 학문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지역학회에서 연구하는 '지역학(地域學)'과는 달리 '지방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 탄생해 종단면적으로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하게 됐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한다.

일단의 학술적 패러다임이 탄생하면 학자들은 자발적으로 학회를 창립해 이 분야를 심도 있게 연구한다.

그리고 학회는 자발적 참여와 창의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자들의 모임인 사단법인(社團法人)을 만들어 어렵더라도 회비로 운영하며 재단 법인화 하거나 정부기관에 소속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경우 연구비나 세미나 운영비는 정부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그럴 경우에도 학회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며 지원받는 기관을 대변해 어용학회(御用學會)가 되지는 않는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대전시와 세종시에서 추진하는 '지방학'으로서의 '대전학'과 '세종학'은 정체성 확립 시점과 소속기관에 대한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정체성 확립 시점의 문제다. 대전과 세종은 오래전부터 지역에 뿌리를 둔 주민이 대부분인 충남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대전과 세종은 다수가 유입된 시민들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세종시민들에게 옛날 연기군 시절까지의 '뿌리의 정체성'만을 강조한다면 대다수 시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세종시의 '미래 정체성'을 찾아 이를 먼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그다음에 뿌리의 정체성을 알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순서일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세종시민 모두가 세종시에 소속감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윈윈(win-win)'하게 될 것이다.

둘째, 소속기관의 문제다. '지방학'이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관제화되면 많은 학자들의 관심 영역에서 멀어져 버린다. 우리나라 25개의 지방학 가운데 21개의 지방학이 연구회나 학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서울학'을 따라 별 의식 없이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 연구센터에 소속돼 있다.

학문은 자유로워야 하며 그 안에서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발휘한다. 아무리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해서 지방자치단체 소속 관제 학회를 만들어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국가가 사단법인인 연구회나 학회를 관제화하지 않고 지원하듯 지방자치단체도 인내를 가지고 지원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인내하고 지원하는 만큼 '지방학'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다시 지역 주민의 정체성 확립과 '삶의 질' 향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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