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자

김용민 대전대 H-LAC 교수

방원기 기자

방원기 기자

  • 승인 2019-12-01 13:28

신문게재 2019-12-02 22면

김용민 교수
김용민 대전대 H-LAC 부교수 (대전대 창업보육센터장.창업지원센터장)
불교경전 중 백유경(百喩經)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리석지만 돈 많은 부자가 살고 있었다. 이 돈 많은 부자가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삼층으로 된 높고 화려한 누각을 보고서 몹시 부러워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친구네 집에 있는 삼층누각을 건축한 목수를 수소문 했고 이 목수를 찾아내어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친구네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크고 화려한 누각을 세워 줄 것을 요구했다.

목수는 누각을 세울 땅을 측량하고 기초를 다지며 벽돌을 쌓는 등 누각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리석은 부자는 삼층누각 세우는 일에 참견하며 빨리 삼층누각을 세울 것을 재촉했다. 이에 목수는 삼층누각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면서 삼층누각을 세우는 일은 일층을 세워야 이층을 세울 수 있고 이층이 있어야 삼층을 세울 수 있다며 기초부터 튼튼히 진행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어리석은 부자는 일층, 이층은 빼고 삼층만을 빨리 지어달라 고집하였다.

이 이야기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곧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생각해 보라. 일층이 없는 이층, 이층이 없는 삼층이란 있을 수 없으며 또 모래 위에 건물을 세운다면 그 건물이 온전히 완성될 수 있을까?



며칠 전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인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약 49만 여명의 수험생들은 약 19년 동안 준비한 평소의 노력을 검증받는 자리인 만큼 최고의 노력, 최선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학입시 관문인 수학능력평가를 학교교육을 충실히 하는 기본적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마 모든 수험생이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수능만점 학생 또는 공부의 신이라 불리우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보면 학교공부에 충실히 하면서 교과서 위주의 기본교육에 노력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고지곧대로 믿는 수험생은 없으리라 본다.

그 증거로 신문에서 서울 대치동 한 단과학원 앞에 수백명이 줄을 섰다는 기사를 보았다. 스타강사의 강의를 듣기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늘어섰는데 주변 상가의 출입문까지 막는 사태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는 기사, 줄서는 것을 대행하는 아르바이트까지 생겨났다는 기사 등은 웃기지만 슬픈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 하나가 "기본에 충실해라" 일 것이다. 말로는 기본에 충실해라 하면서 기본이 아닌 편법, 직진이 아닌 우회로만 찾고있는 현실은 수험생, 학부모, 사회전체에게 고통과 불안이라는 불행을 선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매년 10월 초면 노벨상을 발표한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그 나라 기초학문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싫지만 마냥 부러운 옆나라 일본의 노벨상 수상소식은 어김없이 올해도 들려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노벨상 수상자 소개의 기사들만 보이지 이를 우리나라 교육과 연계하여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심층분석한 기사들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런 현실 앞에서 일본을 정치적, 경제적으로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르나 학문 특히, 기초학문 분야에서 따라잡을 수 있을지 하는 의구심은 굳이 학문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전적으로 기초는 사물이나 일 따위의 기본이 되는 토대를 말하며, 기본은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의 기초와 근본을 의미한다. 결국 기초는 기본을 구성하는 토대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으며 기본에 충실함은 모든 성취의 씨앗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조기 유학을 보낸 중소기업 사장님의 자녀를 알고 있다. 자녀를 보러 미국을 다녀온 그 사장님을 만나 자녀의 안부를 물어본 일이 있었다. 그 사장님은 자녀가 학교다니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하며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과연 우리나라 학생들도 학교가는 것이 행복할까? 기초와 기본이 무시되고 편법과 변칙만이 난무하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용민 대전대 H-LAC 부교수(대전대 창업보육센터장·창업지원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