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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볼 것인가:WAYS OF SEEING] 빛이 보여주는 몰입, 그 속에는 죽음이 있다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19-12-02 08:21

신문게재 2019-12-02 6면

캐롤리나 할라텍_스캐너룸_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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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 '어떻게 볼 것인가:WAYS OF SEEING' 특별전시가 꾸준히 관람객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몰입형 전시를 더욱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8개국 10명의 참여 작가들의 기획 의도와 예술세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캐롤리나 할라텍 '스캐너룸'

캐롤리나 할라텍의 스캐너룸은 '빛'과 '영감'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빛이 만들어내는 앵글에 주목하는데, 스캐너룸에 스캐닝을 하는 듯한 조명 바를 양쪽에 설치했다. 스캐닝 기계는 위아래로 오르고 내리면서 뿌옇게 안개가 낀 듯한 실내를 스캔한다. 그 속으로 들어간 관람객은 뿌연 실내 속에서 빛에 의한 스캐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기도 한다.



스캔하는 행위는 단순한 기술적 읽기를 뛰어넘는 일종의 학습 과정으로 이미지를 읽어 들이거나 암호화된 것을 풀이하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캐롤리나 할라텍은 작품의 영감을 죽음에서 얻었다고 고백했다. 죽음의 직전을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에는 공통적으로 '빛'과 '백색광'이 있었다. 환상적이면서도 믿기 힘든 영적 경험을 작가는 스캐너룸에 표현하고자 했다.

실제로 스캐너룸에 들어서면 고요한 적막 속에서 스캐닝 기계만이 움직인다. 한 치 앞도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관람자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경계에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는 눈 앞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가 아닌 고요와 적막, 백색의 빛으로만 보여주는 진정한 몰입형 아트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작가는 "죽음의 문턱에 가면 실제로 빛을 본다고 합니다. 이것은 단지 심벌이나 깨달음의 비유가 아니라 정말 빛 자체다. 그래서 빛은 스스로의 지식이나 깨달음이나 예술가로서의 그런 도구로서 인사이트를 가지게 하는 꼭 필요한 툴"이라고 설명했다.

캐롤리나 할라텍의 스캐너룸을 본 관람객은 "개인적으로는 종교화 같았다. 21세기 테크놀로지로 종교화와 같은 느낌"이라고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스캐너룸은 몰입적 감상을 위해 10명 내외로 관람객을 제한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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